지역경제 효자 테마파크, 잇단 휴·폐업에 애물단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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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워터파크 부곡하와이
영남 최대 놀이공원 통도환타지아 등
지방 유명 테마파크도 문 닫아

개별·해외로 트렌드 변화에도
트렌드 크게 뒤처져  
인구절벽 겹쳐 활성화 어려울 듯
공공개발 등 지자체 선별개입 필요
원 사업자 부도 11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소백산영주스파리조트(옛 판타시온리조트)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영주=정광진 기자


통도환타지아, 부곡하와이, 판타시온리조트 등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다가 시대 흐름에 뒤처져 휴·폐업한 유명 테마파크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여행 트렌드가 해외여행 선호로 바뀐 데다 인구절벽 상황까지 직면하고 있어 부활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휴장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환타지아 인근 도로변에 지역주민들이 내건 재개장 촉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통도환타지아 휴면대책위 제공


지난 1일 경남 양산시 통도환타지아. 주차장은 물론이고 매표소 창구 앞에도 잡초가 무성했다. 굳게 잠긴 내부의 놀이시설은 녹이 슬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3월 '임시휴장'한 뒤로 4년 넘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1993년 5월 1일 개장 당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20㎞가 마비됐고, 같은 해 어린이날 6만 명이 입장했던 영남권 최대 테마파크의 영화는 온데간데없었다.

주변 상권도 초토화했다. 김상철 통토환타지아 휴면대책위 사무국장은 “휴장 이후 주변 식당, 모텔, 슈퍼마켓 등 지역상권도 엉망이 됐다”며 “양산시가 매입해 공공개발을 하거나 용도변경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은 초과이익을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여타 테마파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2020년 172개였던 경북지역 테마파크는 2022년 143개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2,627개에서 2,067개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경북지역의 테마파크는 158개로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도심 키즈카페 등이 포함된 수치다.

테마파크의 몰락은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에코테마파크 대구숲’은 작은 동물원과 허브정원, 집라인 등 어드벤처 시설로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찾던 대구지역 대표 테마공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휴장과 개장을 반복하다 2021년 초부터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다.

원 사업자 부도 11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소백산영주스파리조트(옛 판타시온리조트) 정문.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영주=정광진 기자


‘동양 최대 사계절 워터파크'를 내세워 2008년 개장한 경북 영주시 판타시온리조트의 경우 부도 후 경매에 넘어갔다가 2020년 소백산리조트가 최종 인수해 이달 중 재개장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사업자 측은 6월 중 워터파크, 내년에는 콘도미니엄까지 재개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물놀이 시설 소유자로부터 사업자들이 고소를 당하는 등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10년 이상 방치된 노후 시설이라 제대로 개·보수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1979년 개장, 대한민국 최초의 워터파크로 알려진 부곡하와이의 부활도 쉽지 않아 보인다. 2013년 388만 명이었던 부곡온천관광특구 전체 관광객은 부곡하와이가 폐업한 2017년 310만 명, 2019년에는 280만 명으로 감소했다. 소유주의 재개장 의지가 없고 28만 ㎡의 부지만 1,000억 원대로 추산돼 공영개발은 물론 민자유치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여행과 놀이문화가 단체에서 가족 단위로 바뀌었고, 개별적인 해외여행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대형 테마파크를 되살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등 지자체들도 트렌드에 맞춰 대규모 단체보다는 개별 또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공공캠핑장 조성이나 프로그램, 시설 개·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어 테마파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서철현 대구대 호텔관광전공 교수는 “트렌드가 바뀌고 다른 대체재가 많아진 데다 지방에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이 없어 어중간한 테마파크는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몰락한 줄 알았던 무주리조트가 여름철 산 정상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부활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폐업한 테마파크도 사유지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를 찾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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