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핵심 유적인 전북 익산 익산토성에서 물을 저장하는 집수 시설이 발견됐다. 칠피 갑옷 조각과 문서를 분류할 때 사용되는 봉축 막대 조각(추정) 등도 함께 출토돼 백제인의 생활상에 대한 연구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가로 9.5m, 세로 7.8m 크기에 최대 깊이가 4.5m인 석재 집수 시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옻칠한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칠피 갑옷 조각 6점을 비롯해 백제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들이 집수 시설 안에서 나왔다. 칠피 갑옷 조각이 나온 건 충남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 유적에 이어 세 번째다.
문서를 분류할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봉축 목재 조각도 발견됐다. 직경 2.3㎝의 막대기에는 '정사(丁巳) 금재식(今在食·현재 남아있는 식량이라는 뜻)'이라고 적힌 묵서명이 확인됐다. '정사(597년 혹은 657년)'라는 기년을 통해 익산토성 운용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정비발굴조사를 진행 중인 익산토성은 해발 125m의 오금산을 둘러싸고 있어 '오금산성'으로도 불린다. 백제의 왕이 기거하는 궁궐에서 쓴 기와를 뜻하는 수부(首府)명 기와 등 백제 기와가 다량 출토돼 토성에서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왕궁리 유적과 연계된 산성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발굴조사 결과는 백제인의 자연 지형을 이용한 물 관리법과 토목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