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후 되려 무기력...성공 기준, 외부 아닌 내게 있어야
사랑하고 좋아하는 애호 쌓여야 오래 일할 수 있어
'맨땅 헤딩' 맷집의 힘.."결핍 없는 삶엔 허무가 가득"
편집자주
'현대인의 일'을 탐구하는 콘텐츠 실험실 커리업이 시즌2를 시작합니다. 시즌2에서 커리업은 지난해 연재한 '일잼원정대'를 잇는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 '맨땅브레이커'를 내놓습니다.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를 다룹니다.[커리업] 맨땅브레이커 3호 주인공은 서울 '용리단길'의 대장 핫플레이스 ‘쌤쌤쌤’, ‘테디뵈르 하우스’의 김훈 오너셰프입니다. 앞선 상편 '길 위의 셰프, 칼로 세계를 흡수하다'에선 맨땅에 머리 깨기, 그 자체였던 김훈의 국내외 성장 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요리학교 졸업장 하나 없이 7평 식당의 주방보조로 시작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까지 진출했던 그의 20대 요리 인생 이야기를 다뤘죠.
이어지는 하편은 부모님의 노후 자금까지 ‘풀베팅’으로 끌어와 신용산을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용리단길'로 개척한 스토리를 다룹니다. 모든 트렌드를 뒤집는 반대 방식으로 ‘쌤쌤쌤’을 성공시켰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빵맛을 정조준해 ‘테디뵈르 하우스’를 일군 김훈 쉐프. 그만의 식음료(F&B) 브랜딩 비결을 공개합나다.
Chapter1. 쌤쌤쌤' 성공방정식? 유행하는 모든 트렌드를 ‘반대’로
사활을 걸었다. 연고 없이 혼자 살던 서울 집 보증금부터 뺐다. 해외살이로 모은 전 재산에 은행대출을 최대한도로 당겼다. 부모님의 노후자금까지 끌어올 땐 겁이 났다. 또 망하면 다음은 없었다.
그래서 타협했다. ‘맛으로 모험을 하지 말자’고. 그렇게 떠오른 아이템은 파스타. 고민은 다시 현재진행형이었다.‘천만이 사는 도시 서울에 널리고 널린 게 파스타집이잖아,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이번엔 맛이 아닌 다른 것으로 모험을 떠날 차례였다.
“처음 한국 와서 식당을 열 땐,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음식을 만들다보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거라고, 덩달아 좋아해 줄 거라고 믿었죠. 한마디로 한국인들의 입맛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몰랐던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이한 음식 안 좋아해요. 서울에서 퓨전식당이 잘 안되는 이유죠.
태국식당(쌉·SAAP) 운영할 때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태국식 비빔면이었거든요. 회심의 메뉴였는데, 손님들이 잘 안 시키는 거예요. 사람들은 좀처럼 맛으로 모험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죠. 좀 더 보편적인 입맛을 겨냥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어요.
일상적인 데이트나 모임에 취향 타지 않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메뉴. 그러니까 답은 하나였죠.
‘일단 파스타로 간다. 대박은 못 쳐도 중박은 쳐야 하니까.’"
관건은 ‘어떤 파스타집을 만들 것인가’였습니다. 파스타집은 많아도 너무 많았거든요. 저가의 배달 전문 식당부터 프랜차이즈, 파인다이닝에 이르기까지 메뉴에 파스타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니까요.
당시 외식업계의 트렌드는 와인이었는데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차가운 메탈 소재 인테리어의 럭셔리 와인바들이 손님 몰이에 한창이었습니다. 와인바는 테이블당 와인 한 병을 필수로 주문하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에요. 일상적으로 가볍게 찾기엔 지갑 사정에 부담이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죠. 서울 성수, 한남, 서촌, 압구정에 우후죽순으로 문을 옆 식당 대부분이 그런 콘셉트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었어요.
훈씨는 이 대세를 전부 거슬러 보기로 했습니다. ‘트렌드에 정반대로 가기’ 전략을 택한 거죠. 서울에선 하루에도 식당 수십 곳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집니다. 까다로운 한국 손님들을 만족시키려면 확실한 파격이 필요했어요.
‘반대로 간다’ 첫 번째 전략, 콘셉트는 고급 와인바가 아닌 ‘가정식을 파는 노천 레스토랑’으로 정했어요. 가게 자리도 성수, 한남 같은 검증된 핫플레이스가 아닌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삼각지였습니다. 밑천이 충분치 않기도 했지만, 아직 ‘잠재력이 터지지 않은 곳’이라 좋았다고 해요. 리모델링하기 전 이곳은 한옥 서까래가 남아있는 전통식 찻집이었는데요. 훈씨는 오래된 목재 바 테이블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리기로 했어요. 여기에 맞춘 인테리어 분위기는 ‘따뜻한 우드톤’으로 정했어요.
욕심부린 건, 딱 한 가지였어요. 커다란 창이 바깥을 향해 열리는 테라스 야외석.
“4년을 외국에서 일하면서, 또 전 세계를 떠돌면서 정말 많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 가봤는데요. 항상 가게 대표 시그니처 좌석에 앉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렸어요. 어떤 자리에 앉아 먹느냐도 중요한 경험이거든요.”
‘반대로 간다’의 두 번째 전략은 메뉴. ‘집에서 만든 것을 퍼주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로 디자인했습니다. 커다란 냄비에 투박하게 끓여내는 가정식 콘셉트를 내세웠죠. 쌤쌤쌤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잠봉뵈르 파스타는 김훈 셰프가 호주에서 일할 당시, 직원식으로 만든 창작 요리에서 착안했어요. 버터 소스에 찍어 먹는 일본식 츠케멘이었는데요. 이 맛의 모티브를 가져와 잠봉 햄을 툭툭 찢어 올리는 파스타 메뉴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냉장고에 흔히 있는 재료로 만들어 내던 일상식을 레스토랑 메뉴로 재해석한 거죠.
여기에 가게의 개성을 더할 특색 메뉴로 ‘라자냐’를 추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오븐 요리죠.
“해외 생활을 할 때 여러 명이 함께하는 포틀럭 파티를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라자냐예요. 재료를 툭툭 쌓아서 오븐에 한 번 구워내기만 하면 5~6명은 너끈히 먹일 수 있는 간단한 요리거든요. 근데 신기하게 한국 레스토랑에선 라자냐를 잘 안 팔더라고요. 파스타는 흔한 메뉴니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메뉴도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싶었죠.”
‘반대로 간다’의 세 번째 전략, 주류 주문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문턱을 낮췄습니다. 식사에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는 하우스 와인도 다양하게 갖췄죠. 평일 점심에 오는 직장인들이 가볍게 낮술을 즐길 수 있도록 글래스 단위로 와인을 판매하고, 논알코올 음료도 다양하게 메뉴에 넣었어요. 병 단위 주류 주문이 필수인 와인바는 받을 수 있는 고객이 한정돼 있어요. 하지만 쌤쌤쌤에선 술을 즐기는 사람도,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함께 어울릴 수 있길 바랐죠.
레스토랑 이름은 직관적으로 정했습니다. 삼각지의 ‘삼’을 영어로 옮긴 ‘SAM’을 3개 붙여서 ‘SAM SAM SAM’(쌤쌤쌤). 만들어 놓고 보니 미국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이었어요. 그래서 쌤쌤쌤을 대표하는 페르소나가 미스터 샘(Mr. Sam)을 내세웠죠. 테라스를 내면서 바닷가를 마주한 항구도시의 레스토랑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손수 인테리어 콘셉트를 잡으면서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자주 봤습니다. 특히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인물들이 여름 햇살 쨍하게 쏟아지는 정원 속 식탁에서 느릿느릿 식사를 즐기는 광경을 유심히 들여다봤어요.
그 아늑하고 포근한 정서를 십분 살려 이런 슬로건을 뽑았죠.
‘Sam said, enjoy here, think later. ‘(미스터 샘은 말했지. 일단 여길 즐겨, 생각은 나중에 하라고.)
김훈 셰프의 성장 비결 나머지 이야기는 아래 커리업 전용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URL 주소로 초대합니다.
☞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621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쌤쌤쌤, 테디뵈르> 김훈 셰프 上편 - 길 위의 셰프, 칼로 세계를 흡수하다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614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