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조용한 광명성절을 보내고 있다. 광명성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과 함께 북한의 가장 큰 명절이다.
최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의 광명성절 관련 보도는 15일 삼지연시에서 열린 ‘광명성절 경축 얼음조각축전 2020’과 16일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장면뿐이다.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학생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축하 무도회와 만수대의사당 집단 참배, 각종 공연 등을 잇따라 보도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조용한 광명성절의 가장 큰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와 관련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들 또한 연일 신종 코로나 방역 활동을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대규모 군중 집회나 공연, 전시회 등을 취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6일 노동신문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20일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정은 위원장이 광명성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을 보도했는데, 김 위원장을 따른 수행원 숫자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비롯한 노동당 핵심 간부 100여명을 이끌고 참배했으나 이번 광명성절 참배에는 20여명만 대동했다.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광명성절 관련 사진 속에서도 신종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김정일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수백 종류의 얼음조각을 빼곡히 전시한 삼지연시의 얼음조각축전의 경우 관람객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은 물론 관람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홍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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