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매우 감정적이고 즉흥적… 건강하지 않아” “김여정도 이용될 뿐”… 탈북 외교관 리일규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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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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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정치참사는 22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7번 정도 만난 경험을 토대로 "매우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특히 해외 외교 사절단이 방북해 만나는 자리에서 동시통역을 맡는 북한 고위급 외교관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김 위원장의 말을 끊으면 "불 같이 화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8년 쿠바 부통령 등의 방북 당시에는 통역을 맡았던 외교관에게 "건방진 놈이 내가 뒤에서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내 말을 도중에서 툭툭 끊느냐"며 역정을 낸 일화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외에 다른 권력이 있을 수 없다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김 위원장의 동생으로서 권력 유지에 이용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북한 열병식이나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김 위원장과 자주 등장했던 딸 주애도 “아직 김 위원장이 후계 구도를 만들어갈 만큼의 업적은 부족하다”며 ‘시기 상조’라고 밝혔습니다.

리 전 참사의 탈북 소식은 최근 접경지에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쪽에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리 참사는 “북한의 오물 풍선은 김 위원장의 아이디어가 아닌 맹목적인 과잉 충성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내부 관련 일문 일답.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몇 번 만났나.
“7번 정도 대면했다. 만나면 보통 상대방의 숨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지 않나. 그런데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얼굴도 빨갛다. 건강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느꼈다. 불 같은 성격이기도 하다.”

-‘불 같은 성격’에 대한 일화가 있나.
“2018년 쯤 당시 쿠바 부통령을 비롯한 외국 대표단을 대거 초청한 큰 행사가 평양에서 열렸다. 회담을 위해 동시통역을 섭외해 갔다. 주페루북한대사를 지내던 김학철이라는 외교관인데 북한에서 스페인어 1인자고 어학 실력이 좋은 친구다.
그런데 첫 날 순안 비행장 행사 후 김 위원장이 학철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건방진 놈이 내가 뒤에서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내 말을 도중에서 툭툭 끊느냐"며 자신이 할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역정을 냈다. 학철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끌려가 사상교육을 받았다. 김정은은 그 정도로 굉장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자신의 한 마디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어느 정도 갈 지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비슷한 일화가 또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역 담당이었던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 출신 김주성인데 영어실력은 북한에서 최고다. 당시 싱가포르에서도 통역을 잘 했고 자신도 흡족해하며 행사를 마쳤다.
그런데 회담이 끝나고 정리한 회담록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주성이 김정은의 말 중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것을 좀 매끄럽게 정리를 했다. 근데 이를 보고 김정은이 "내가 너보다 못하다는 말이냐"고 역정을 내서 주성이가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몰려 쫓겨났었다. 지금은 다시 올라왔다고 전해 들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자신의 이름으로 거친 담화문을 내고 있다. 북한 내부 지위는 어떤가.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이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담화문도) 아래 사람들이 다 기획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을 빌린 이유는 외무성 성명으로 나가면 국가 입장으로 되지 않나. 북한이라는 게 오물이나 던지는 나라냐 이렇게 세계가 인식하게 된다. 뭔가 좀 터뜨려야 되겠는데 국가 입장은 못 내겠고. 김정은 보다 낮은 급이지만은 나름 그래도 파급력은 클 수 있는 김여정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그 사람도 좀 안쓰럽다고 생각이 든다.”

-최근 ‘김정은의 딸’로 등장한 김주애의 지위는 높은가.
“북한 사회의 피라미드 시스템 구조를 잘 이해한다면 김정은 외에 다른 권력은 있을 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권력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숙청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주애까지는 백두혈통일지 몰라도 그 후대는 백두혈통이 아니다. 또, 지금이 김 위원장한테 후계자를 준비시키거나 혁명을 계승하는 그런 시점이 절대 아니다.”

“지금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후계자가 아니고 본인이 절대 권력을 얻는 것이다. 지금 본인 배지까지 만들고 '지방발전 20X10 정책'도 냈는데 이렇다 할 업적이 없지 않나. 본인이 수령으로서 지위를 찾는 과정에 있는데 후계자 쪽으로 관심을 돌릴 리 없다.”

-북한이 최근 대남 오물 풍선을 잇달아 살포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이북 출신이라는 데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는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니라고 본다. 이걸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기획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 부부장은 그런 아이디어를 낼 만한 책략가가 아니다. 그 아래 맹목적인 과잉 충성자들이 아이디어를 짜고 집행한 거다. 물론 그렇다고 김 위원장의 책임이 없다고는 전혀 보지 않는다. 이런 행동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을 못했다는 게 좀 믿기 힘들다.”

-최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리일규 참사의 탈북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어떤 파급력과 효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그런 쓰레기 같은 행동을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난)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지난해 말 북한이 남한과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선언했다. 북한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
“민족 통일 개념을 다 부정하고 선대의 방침을 거스른 건데 상당히 파격적이다. 발표는 지난해 12월에 했지만 1년 전부터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고 계속 그런 움직임이 나오긴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호칭도 사실 올해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썼고 해외에 나가 있는 식당들에서 한국 손님들과 앉지 말라는 지시도 작년에 이미 떨어졌다.”

“통일 하나 바라보고 살던 사람들인데 북한이 이제 남한과 2개의 다른 국가고 같은 동족으로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해놨으니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면서도 무력 적화통일 방침은 그대로인가.
“만약 이걸 북한 외무성에서 이걸 주도했더라면 뒤에 그런 말을 안 붙였을 거다. 두 국가라는 것은 이젠 상대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권 국가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겠나. 일종의 허점인 것이다.”

“하지만 두 국가관계를 선포한 이상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서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지금은 이게 전략적인 결단이라고 본다. 물론 그 결정을 철회하고 다시 통일 궤도 위에 올라설 가능성 또한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얼마나 북한을 잘 압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2021년 당 규약이 개정되었는데. 대남전략을 포기한 것인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이라는 건 북한이 대한민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 내 대남전선을 이용해 내부 봉기를 일으켜서 뒤집는다는 것이다. 옛날 대남 관계 부서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2019년도에 하노이 회담 후에 통일전선부가 굉장히 얻어맞았다. 내부 검열도 정말 몇 십 년 만에 처음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내부가 다 썩은 거다. 이 사람들이 과연 한국 내부에 묻어놓은 자기네 지하 조직을 가지고 봉기를 유도해서 뒤집을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당시 대남전략을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가져가겠다는 맥락에서 수정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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