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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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2.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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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자의 세상, 남자의 세상이야!"

폭발적 소울을 터뜨리는 제임스 브라운을 테너 파바로티가 감탄스럽게 쳐다봅니다.

숱한 가수들이 파바로티와 함께 노래했습니다. 대부분 파바로티를 대접하느라 클라이맥스를 양보하곤 했지요.

하지만 제임스 브라운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마지막 절정을 장식합니다.

"오직 자신을, 자신을 위해…여기는 남자의 세상!"

섬마을 집배원이, 망명 온 위대한 시인 네루다와 우정을 쌓습니다. 시와 은유의 세계를 배웁니다. 네루다의 시구를 빌려 여인을 사로잡지요.

"그대의 미소가 나비처럼 번져 가네요."

네루다는 자기 시를 베껴 먹었다고 꾸짖습니다. 집배원은 당당한 논리로 받아칩니다.

"시는, 쓰는 시인의 것이 아닙니다. 시를 읽는 독자들의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 수사는 역시나 싱거웠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지 아홉 달 만에, 검찰총장이 전담팀 구성을 지시한 지 석 달 만에 내린 결론은, 아닌 게 아니라 무혐의였습니다.

김 여사와 대통령은 당사자 사과를 끝까지 외면해 명품 백을 국민적 이슈로 키웠습니다. 꾸물거리다 '법 앞에 예외 없다'며 착수한 수사에서 검찰은 '예외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습니다.

총장이 수사를 지시하자 교체된 서울중앙지검 사건 지휘부는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 했습니다.검사들은 김 여사 측 요구를 순순히 따라 휴대전화를 맡겼습니다. 조사 사실과 장소를 뒤늦게 총장에게 보고하는 '패싱'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총장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 뒤로도 별다른 보완 조치는 없었습니다.

총장은 오늘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다." 

검찰은 그동안 어디를 쳐다봤던 걸까요. 국민 눈치를 살피긴 했을까요. "특검법 명분만 쌓아줬다는" 얘기가 그리 무리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간 시간과 기회가 많았는데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조치를 회피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운명을 피하려고 비켜간 길에서 운명과 맞닥뜨리곤 합니다.

8월 22일 앵커칼럼 오늘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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