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역풍과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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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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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띄우려면, 바람을 등지고 역풍을 받아야 합니다. 바람이 없는 날엔 연줄을 쥐고 힘껏 달립니다.

스스로 맞바람을 일으킵니다. 처칠이 말했습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바람개비도 역풍에 힘차게 돕니다.

"바람개비 든 손, 앞으로 쭉 뻗고, 운동장을 달렸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잘도 돌았지." 비행기도 뒷바람, 순풍만 받아서는 제대로 이륙하지 못합니다.

조금 느리고 힘겨워도, 앞에서 세차게 부는 맞바람을 맞아야 사뿐히 떠오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출사표를 낸 열두 후보 모두가 강성 친명계 라고 합니다.

다투어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로 다른 대안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이재명 집권 플랜 본부장이 되겠다"… 심지어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 변호인"이 되겠답니다.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 책임'을 지는 최고위원이 대놓고 할 소리인가요.

누가 선출되든 민주당 지도부는 들러리 일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 대표는 내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표 연임 도전을 밝힙니다.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김두관 전 의원 등이 출마를 밝혔지만 누구도 결과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시 조종간을 잡고 날아오를 이 전 대표의 민주당에는 순풍뿐입니다.

비전의 연을 띄우고, 희망의 바람개비를 돌려줄 역풍도 고요합니다.

그가 나아갈 항로 저 앞에, 뚫어야 할 난기류가 드리웠습니다.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두 재판의 결심 공판이 9월로 잡혔습니다.

이르면 시월 중에 1심 선고가 나올 전망입니다. 위증교사 혐의는,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가 이미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법정 스님이 즐겨 인용한 옛 시가 있습니다.

한밤에 우물물을 긷던 스님이, 물에 뜬 달빛이 탐나 병에 함께 길어 담았습니다.

'절에 돌아와 깨달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사라진다는 것을.' 순풍으로 혼연일체가 된 민주당이, 돌아오는 가을 하늘을 높이 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7월 9일 앵커칼럼 오늘 '역풍과 순풍'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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