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극우 총리'는 막았지만…프랑스 '대혼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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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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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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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 〈사진=AFP 연합뉴스〉

"대이변이다" "충격적이다"

이번 프랑스 총선 결과를 지켜본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프랑스 정치권이 더 큰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가게 됐다"고 전망했습니다. BBC도 "좌파 연합이 예상 못한 우위 점했고 프랑스인들이 다시 한번 강경우파 집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결과란 얘기입니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린 극우 정당.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3당으로 순위는 밀려났습니다. 반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으로 1당을 차지했습니다.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의 지난 몇 개월에 걸친 질주가 멈춰선 겁니다. "프랑스의 정체성, 프랑스의 가치, 공화국과 프랑스의 가치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라며 반극우 연대를 외쳤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한 숨 돌리게 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범여권 앙상블(ENS)은 168석을 얻으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 도박은 '통했다'..혼란 불가피

그렇다면 '마크롱의 도박'은 통했다고 보면 될까요? 일단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결정할 정도로 완벽히 수세에 몰렸던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과반 이상의 의석 같은 드라마를 쓰지는 못했지만 '정치 생명'을 연장하게 됐으니 나쁘지 않은 카드였던 걸로 보입니다. 지난한 차기 총리 인선 과정을 거쳐야 하고 동거정부 구성을 해야하는 처지지만, 적어도 차기 대선까지 시간을 번 셈이니 말입니다.

JTBC가 접촉한 유럽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도박이 통한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국수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기성 정당들이 유권자들에 단합을 촉구해 온 전례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마리 르펜 후보의 부친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까지 진출했지만,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 후보 자크 쉬라크에 표를 몰아주면서 극단주의가 득표하지는 못하게 막는 전통, 바로 '공화국전선' 개념이 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극우 열풍은 주춤하게 됐지만, 당분간 프랑스 정치권은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걸 갈망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좌파도 밀어줬고 이번에 극우도 밀어주려다 반발에 직면하면서 극우파 지지를 철회한 걸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혼재된 형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경제 정책, 1차적 문제"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마크롱 1기 때는 소속 정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해 정책을 쉽게 통과시켰지만 이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으로 인한 정부 지출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처한 현실과 (좌파연합이 주장하는 것이) 계속 어긋날테고, "프랑스는 독일에 이은 유럽연합(EU)의 두번째 경제대국인데, 유로화 가치도 달러에 비해 떨어져 있는 상황이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좌파연합은 마크롱 정부의 7년 간의 친기업 개혁을 되돌리는 동시에 새로운 정부 지출 확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EU)과도 갈등이 불가피해지는 재앙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좌파연합의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급진적 분배 정책을 약속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이유입니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남은 선택지는 그나마 손발을 맞출 '총리 인선' 뿐으로 보입니다. '극좌' 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도 좌파와 연대하는 것이 최악의 결과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 연합 내 멜랑숑 대표는 너무 급진좌파라 좀 덜 급진적인 사회당이나 녹색당 사람을 총리로 찾고 있다고 하는데, 총리를 누가 하냐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부터 온건한 보수파까지 확장할 수 있는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하려 시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프랑스 선거'는 우리로선 가까운 이슈는 아닙니다. 하지만 유럽 전체를 뒤덮고 있는 '극우' 바람과 국민전선의 인기에 힘입은 르펜 후보의 부상. 또 정치 생명을 걸고 의회해산 승부수를 던졌는데, 프랑스 유권자들의 '후보 몰아주기'로 대역전극의 서사를 써낸 마크롱 대통령. 이 두 사람의 경쟁 구도는 관심을 이끌기 충분해 보입니다.

이제 '마크롱이 얼마나 꼬인 실타래를 잘 풀어가느냐'에 프랑스 정치 상황은 달려있을 겁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마크롱 대통령이 대연정, 소수정부, 기술관료를 내세운 과도정부를 비롯한 여러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불안하기만 한 '헝 의회' 현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과연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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