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물 들어온다" 다급한 전화…쏟아진 비에 새벽 '탈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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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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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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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까지 쌓인 흙더미, 반쯤 파묻힌 트럭
경북 북부 폭우 피해 속출
[앵커]

200mm 넘게 비가 내린 경북 북부에도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고립됐고, 집과 도로가 무너졌습니다.

윤두열 기자 리포트 보시고, 바로 현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기자]

밤사이 비가 쏟아진 경북 영양군의 한 마을, 길인지 도랑인지 구분도 안 가는 곳을 따라 올라가 봅니다.

쓸려 내려온 흙더미가 지붕까지 쌓였고 트럭도 반쯤 파묻혔습니다.

집 안까지 온통 진흙입니다.

[전부 펄이라 펄…물만 퍼냈는데 펄이 이렇게 남았어.]

웬만한 비는 거뜬히 받아내던 마을 하천이 넘쳤습니다.

[허미숙/경북 영양군 대천리 : 30분 만에 물이 여기를 넘쳐서 마을을 다 들이닥치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물만 보였어요, 전체가…]

길이 끊기고 집도 넘어갔습니다.

물이 꽉 들어찼던 여기저기 나뭇가지와 풀이 걸려 있습니다.

대피소로 써야 할 마을회관도 피해를 보았습니다.

인근 안동시의 이 마을이 잠기기 시작한 건 지난 새벽 3시 무렵입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집에 물이 들어온다'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박후국/경북 안동시 내곡1리 : 살려달라고, 나를 좀 살려달라고…가니까 벌써 물이 이만큼 찬 거야. 그래서 할머니 손을 잡고 꺼내서…]

할머니들을 업고, 수레에 태우고, 탈출행렬이 시작됐습니다.

이 마을에서만 19명이 고립됐다 구조됐습니다.

대피했다가 낮에 돌아와 본 마을은 말 그대로 쑥대밭입니다.

산에서 내려온 돌과 흙이 집을 덮쳤습니다.

생강을 심어놓은 밭은 마치 저수지처럼 변했습니다.

급한 대로 흙을 걷어내고 물을 빼지만, 또 비가 내립니다.

[대피 주민 : 오늘 저녁에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해서 사람이 다칠까 봐…]

주민들은 오늘(8일) 밤을 넘기기 위해 다시 집을 떠났습니다.



트럭과 집이 파묻힌 그 마을, 경북 영양군 금학리 마을에 나와 있습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하천이 지난 밤사이 넘쳤던 소하천입니다.

흙탕물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지금은 비가 좀 잦아들었지만, 늦은 오후부터 비가 세차게 오기 시작하면서 하천물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터진 제방 사이로 하천물이 마을로, 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오늘(8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인근 대피소로 옮겼고 아예 멀리 친척 집이나 도시로 떠났습니다.

[앵커]

문제는 비가 더 온다는 거잖아요?

[기자]

당장 오늘 밤부터가 문제입니다.

기상청은 모레까지 경북 북부 지역에 최대 120mm 비를 예보했습니다.

이 지역 대부분이 산사태 경보나 주의보가 발령 중입니다.

경북 상주 일부 하천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홍수나 산사태는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위험하다고 문자가 오거나 대피 안내를 받으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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