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 신청…"합의 노력하겠다"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강남 한복판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8중 추돌 사고를 내 구속 기소된 20대 여성 운전자가 첫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13일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 김 모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당시 약물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정신 감정을 신청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사고 당시 피고인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며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했는데 피고인이 용서를 구하고 합의를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하고 합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씨도 "약물로 인해 판단이 흐려진 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와 도로 CCTV 등 증거 영상이 제출됐다. 또 2023년 이종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제출됐다.
증거로 제출된 영상에서 김 씨는 유모차를 끄는 여성과 여러 차량을 치고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운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사고 후에도 계속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자신의 부모와 친척에게 전화해 "무면허다", "사람을 쳤다", "경찰에 신고 못 하겠다", "(차량) 10대 박았다"라며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지난해 11월 김 씨를 구속 기소한 검찰은 사고 당시 김 씨가 치료 목적으로 향정신성 신경 안정제인 클로나제팜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경찰 송치 때 적용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대신 특가법상 약물 운전에 따른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김 씨 또한 경찰 조사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또한 김 씨의 혈액에서 정신과 신경안정제 성분이 나왔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내놨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시 42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 사거리부터 강남역 12번 출구로 향하는 테헤란로까지 운전하며 차량 6대를 들이받고, 이후 역주행하며 오토바이 1대와 부딪혀 8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사고 전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이면도로에서도 4세 남아가 탄 유아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모두 11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