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금지된 일기장'은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알바 데 세스페데스(1911~1997)가 1952년 펴낸 소설이다. 그는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1935년과 1943년 반파시스트 행위로 두 번 투옥됐고, 데뷔작을 비롯해 그의 소설은 금서로 지정됐다.
이 책의 주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43세의 주인공인 발레리아가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집이다.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살아온 발레리아는 우연한 충동으로 까만 공책을 사고, 여기에 자신의 은밀한 생각을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여성의 사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기를 쓴다는 것을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책에서 인물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은 주인공 발레리아의 시선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독자는 자연스레 발레리아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그가 고백하는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한 주부가 일기를 써 내려가며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 소설은 페미니즘의 고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줌파 라히리는 이 책의 추천 글에서 알바 데 세스페데스에 대해 "시대를 앞서갔던 작가였다"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세계적이고, 선동적이며, 통찰력 있고, 과소 평가된 인물 중 하나다"라고 썼다.
△ 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글/ 김지우 옮김/ 한길사/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