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일출 보며 눈물' 무안공항 임시텐트서 새해 맞은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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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1. 오전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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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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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물품박스 식탁 삼아 도시락 아침식사
희생자 179명 중 175명 신원 파악
1일 오전 7시 30분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전남 무안 국제공항에서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2025.01.0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이강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 대다수 유가족들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새해 첫날을 맞았다. 공항 안팎의 새해 분위기는 적막했다. 임시 텐트 안에서는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1일 오전 7시쯤 몇몇 유가족들은 구호물품 박스를 식탁 삼아 도시락으로 새해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한 유가족은 비상 텐트 안으로 구호물품 박스를 집어넣으며 "아부지 식사하실 때 여기 올려 드시라"고 말했다. 텐트 안에서는 "나 걱정 말고 너 먹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항 2층에선 하염없이 뉴스를 보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유가족도 10명 남짓 보였다. 부은 눈으로 앉아 있던 유가족 A 씨는 "그래도 잠은 좀 잤어요"라며 힘없이 말했다. 뉴스를 보던 다른 유가족은 이내 자리를 떴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였다.

임시 텐트 앞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지"라며 서로를 위로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유가족들은 밖으로 나와 일출을 바라보기도 했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발길도 이어졌다. 전날과 같은 통곡소리는 줄었지만 헌화하는 손은 힘없이 떨리고 있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회장은 "그래도 1월 1일 아니겠냐. 관리동 1층에서 떡국 끓이고 있으니 끼니를 거르지 말고 드시라"며 "산 사람도 살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수습당국에 따르면 오후 10시 기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중 신원 확인이 어렵던 5명 가운데 1명에 대한 신원이 확인됐다. 이로써 희생자 179명 중 175명의 신원이 파악됐다.

지난달 30일에는 4명, 31일에는 7명이 각각 연고지별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국토부 등은 보존을 위해 나머지 희생자들을 무안공항에 설치된 특수시설에 안치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시신 훼손 정도가 심각해 관련 절차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수습당국은 오는 6일엔 대부분 희생자에 대한 검시·검안 작업 등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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