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처럼 이어진 동해선 열렸다…오늘 '한반도 척추' 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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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1. 오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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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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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부산 3시간대 단축…영남권 손님 모시기 나선 동해안
동해선 삼척 근덕역을 지나는 ITX-마음 열차(국토부 제공) 2024.12.31/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가수 나훈아의 '고향역'의 한구절이다. 60~70년대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간 이들에게 '철도'는 그리움이었다.

이에 세상이 좋아져 공항 버금가는 최신식 역사에서 최고 300㎞/h를 자랑하는 KTX 고속열차로 전국을 오가는 시대가 됐지만, 유일하게 그렇지 못한 구간이 있었다. 바로 한반도 호랑이 척추인 강원 동해안과 영남권이다.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 첫날, 이 한반도 척추가 철로로 연결된다. 1일 삼척과 포항을 잇는 동해중부선(166.3㎞) 구간이 개통(현행ITX-마음·2026년 KTX-이음 투입)하면서 현재 동해안 최북단 역사가 위치한 강릉에서 부산(부전역)까지 일일생활권으로 묶이게 됐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김영순 씨(63). 원래는 현대자동차에 근무했던 남편을 따라 '산업 수도' 울산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김 씨의 친정은 강릉 주문진. 당시 친정집에 가기 위해선 장장 6시간 이상 무궁화호를 타고 가야 했다. 강릉에 도착해선 시외버스를 타고 주문진에 또다시 가야 했기에, 친정집에 도착하면 한밤이기 일쑤였다.

김 씨는 "태화강역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가는 6시간 동안 부모형제를 만날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며 "이후 차를 타고도 오갔지만, 영동선 기차를 타고 힘겹게 오가던 기억이 더욱 아련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아버지 임종을 앞두고 빨리 강릉에 가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생각이 난다"며 "내가 먼저 도착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무궁화호를 타고 힘들게 온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강릉과 울산이 고속철도로 3시간대로 단축된다니 놀랍다"며 "자동차 산업과 중공업이 흥하던 그 시절, 울산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강원도민들이 꽤 많았다. 울산은 우리에게 윤택함을 선물한 고마운 도시지만, 고향에서 너무 멀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고향 강릉도, 울산도 떠나왔지만 올해는 강릉에서 동해선을 타고 '제2의 고향' 울산 친구들을 만나러 가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 평창군 선자령 설경.(뉴스1 DB)ⓒ News1 김도우 기자


강릉~부산을 잇는 동해선 완전 개통으로, 겨울이어도 좀처럼 설경을 보기 힘든 영남권 주민들은 3시간 만에 하얗게 변한 세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두 부산에서 나온 '부산 아재' 이창훈 씨(38)는 올해 눈 오는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인생샷'을 찍는 것이 목표다.

이 씨는 "군생활을 인천에서 해서 대설을 경험해 봤지만, 그것을 설경이라고 할 수 있겠나"며 "대관령이나 선자령 설경을 눈에 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나 울산, 마산 등 서부경남 지역주민들에게 강원도는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질 것"이라며 "동해선 개통으로 영남권 주민과 강원 주민들이 자주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일 동해선 철도를 운행할 ITX-마음 열차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구간에서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ITX-마음 열차는 오는 31일 포항역에서 울진을 거쳐 강원도 삼척구간까지 시범운행을 한 후 2025년 새해 첫 날부터 부산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하루 4차례 운행한다. 2024.12.29/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실제 지난 12월 기준 강원권과 영남권역을 이어주는 '고속 교통 인프라'는 춘천과 부산을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유일하다. 특히 강릉과 동해 등 강원 동해안에서 영남권으로 가기 위해선 동해고속도로 일부구간(삼척 원덕 단절)과 국도 7호선을 이용해야 한다.

양양~김해나 양양~대구 하늘길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상태다. 철도로는 영동선 무궁화호가 유일했는데, 무려 6~7시간 소요됐다.

동해선은 포항역과 삼척역을 잇는 166.3㎞ 구간(동해중부선)이 신설되면서 비로소 완성됐다. 해당 노선엔 ITX-마음(시속 150㎞)이 투입돼 부산(부전)에서 강릉 간, 하루 왕복 8회 운행한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약 1시간 40분(166.3㎞), 부산에서 강릉까지 약 4시간 50분(363.8㎞)이 소요된다. 동대구에서 강릉 구간에는 ITX-마음(하루 왕복 2회)과 누리로(하루 왕복 6회)가 운행한다.

내년 말에는 KTX-이음(시속 260㎞)을 투입할 예정이다. 동해선 개통으로 부산·울산, 경북, 강원이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되면서 당장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관광'이다.

동해, 삼척 등 동해안 남부권 지자체는 이미 관광지 할인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영남권 관광객 모시기에 나섰다.

삼척시 관계자는 "삼척은 삼척해상케이블카, 해양레일바이크, 환선굴, 쏠비치삼척 등 아름다운 해안과 매력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강원 관광의 블루오션"이라며 "쏠비치 삼척 등 주요 관광지 약 13곳에서 관광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영남권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강릉 정동진 일출.(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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