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육군참모총장 등 빈자리 언제 채워질지도 미지수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군 통수권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어갔다. '경제 사령탑'이 국군 통수권을 쥐게 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군령권·군정권 행사 시 '격'과 정통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한 권한대행으로부터 국군 통수권도 넘겨받게 됐다.
국군 통수권은 헌법과 국군조직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핵심 고유 권한으로, 육·해·공군을 포함한 국방기구와 조직상 편제된 모든 국군에 대한 최고 지휘권을 뜻한다.
국군 통수권은 국군 전체에 대한 군정(軍政)권과 군령(軍令)권을 아우른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군정권과 군령권을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합참의장은 군령권을, 각 군 참모총장은 군정권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군정권은 군사 조직관리를 위한 행정 업무를 지휘하는 권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단행한 올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도 군정권에 기반한 것이다. 군령권은 실제 병력을 움직여 작전을 지휘하는 권한을 가리킨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직선제로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이 아니라 임명직 출신의 대통령 권한대행이기 때문에 국군 통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2016~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권한대행이었던 고건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정통성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권한대행 기간 중 국군 통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진 않았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뒤 닷새가 지난 3월 17일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공사 생도들을 사열하는 방식으로 국군 통수권을 처음으로 행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 안팎에선 북한의 무력도발 등 유사시 책임 있는 결정이 신속하게 내려지기 어려울 수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의 강한 위계질서 속에서 최 권한대행의 명령은 권위와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의 유지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국군 통수권은 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지만 평소 그가 국가안보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진 의문"이라며 "이를 보완하려면 지원 조직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국방부 장관도 대행 체제라 그러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주동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후임이 임명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방부 장관 등을 지명한 전례가 없어, 정부에서도 관련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차기 장관 후보군은 단명 장관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누구도 선뜻 장관 후보직 지명을 수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육군참모총장 등 장성급 장교의 임명을 추천할 수 있는 국방부 장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직무정지된 계엄 장성 등의 빈자리가 언제 채워질지도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직무가 정지된 직책은 10개를 넘으며, 보직해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엄 총장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또 다른 계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으로 임명돼야 한다"라며 "이들의 지원을 받는 게 최 권한대행 입장에서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군 안팎에선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인물로 합의해 국방부 장관을 '원포인트 인사'로 임명하잔 의견이 제기된다. 현시점에서 국방부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근원지인 군에 몸담았던 인사가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오래 몸담았던 국회의원 등 민간인이 적합하단 주장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