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쉬쉬…유포 영상 삭제 위해 사설 업체 찾기도
(서울=뉴스1) 김민수 남해인 기자 = # 최근 교사 A 씨는 불법 촬영 피해를 당했다.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는 척 교탁 앞으로 와서 치마 밑을 불법 촬영했다. 다른 학생의 신고로 잡힌 가해자의 휴대전화에서는 포르노 사진에 자기 얼굴이 합성된 파일이 발견됐다. A 씨는 학교가 해당 사안을 잘 처리해 주리라 믿었지만, 교육청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낮은 수준의 징계로 마무리하려 했다. 해당 학생 휴대전화를 추가 조사해 다른 학생의 신체가 찍힌 불법 촬영물이 추가로 발견되자 퇴학 처리됐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어서 교사 입장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마냥 요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교사는 사설업체에 성착취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B 씨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학생이 B 씨의 사진을 도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한 후 성적인 말이나 타인의 신체 주요 부위 사진을 올리며 마치 B 씨가 올린 것처럼 조작했다. B 씨의 개인 정보도 함께 유포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협박성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 수사로 결과 가해자 신원이 특정됐다. 가해자인 학생은 전학 조치된 것 말고는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B 씨는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자신이 피해자가 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인 C 씨는 최근 자신의 결혼식·아이·가족 사진을 도용한 불법 합성물이 SNS에 올라온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가 SNS에 실명 해시태그까지 달아놔 이를 보고 인지하게 된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불쾌한 표현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전교조는 전날부터 시작한 실태조사 결과 이날 오전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신고가 1400여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중 피해자가 교사인 경우는 절반가량에 달한다. 전교조는 접수된 피해 사례에 대해 사실 확인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조사 결과 딥페이크 피해가 196건(학생 186건, 교원 1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중 179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의 피해 복구는 쉽지 않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로 피해 상담을 접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성적 허위 영상물 관련 상담, 삭제지원 및 유포 여부 모니터링,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교사들 사이에선 신고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사설업체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치 않는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국가기관에 의뢰하기보다는 조용히 영상물 등을 지우고 싶어 할 경우 사설업체를 찾는다"며 "최근 보도를 계기로 의뢰가 급증하진 않았지만, 이런 의뢰는 꾸준히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