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물방울 입자는 화재 확대 방지에 큰 역할을 합니다."
2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소방 관계자가 주차장 상부 스프링클러 배관에 설치된 '감열체'에 열을 가하자 '탁'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감열체는 스프링클러 헤드부분에서 열을 감지하는 부품이다. 감열체는 특정온도에 노출되면 떨어져 나가면서 막고 있던 스프링클러 헤드부분을 개방해 물이 방수될 수 있도록 한다.
이어 소방대원이 1차 화재감지기에 조명을 비춰 열을 감지하도록 만들자 지하주차장 내 경보기가 울리고 '신속히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건물 전체에 울렸다.
소방대원이 2차 화재감지기에도 조명을 비추자, 스프링클러 밸브실 펌프가 작동하면서 소화용수를 끌어올리자 주차장 상부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물이 쏟아졌다.
물은 주차돼 있던 전기차량 전체를 흠뻑 적셨고, 바닥은 삽시간에 물웅덩이를 이뤄 흥건해졌다.
장명근 소방기술사는 "물방울 입자가 열 확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아마 이달 초 발생한 청라 전기차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발생한 피해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아파트 지하 주차장 소방 안전시설 실태조사 과정을 공개하면서 스프링클러의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인천 소방은 지난 12일부터 내·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TF팀을 꾸리고 인천 전역의 공동주택 소방 안전시설을 점검 중이다.
이달 초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입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시고 주변 차량 820여대가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던 터다.
당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비된 스프링클러는 '준비작동식'으로 조사됐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소화용수 수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항상 물이 차 있는 1차 배관과 스프링클러 헤드까지는 비어 있는 2차 배관이 결합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소방 관계자는 "겨울철 스프링클러 배관 동파를 대비해 공동주택 시설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청라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으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 근무자가 스프링클러 밸브 작동정지 버튼을 누른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야간 근무자는 5분 뒤 작동정지 버튼을 해제했지만, 그 사이 전기배선 등이 화재 열기에 의해 파손되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장명근 소방기술사는 "소방시설 전기배선은 일반 전기배선보다 2~3배 높은 고열(약 250도)을 견딜 수 있지만 열에 노출돼 녹으면 사실 소용없다"면서도 "앞으로 소방 전기배선들을 건물 철골 구조물에 매립하는 등 시공 방법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소방은 스프링클러 수동 조작함 사용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스프링클러는 자동으로 열을 감지한 뒤 작동된다.
하지만 1~2차 화재감지기의 불량으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 화재 목격자 등은 수동조작함의 버튼을 눌러 강제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킬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만일 화재가 일어났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 수동버튼을 눌러달라"며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 화재 확대로 인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라 전기차 화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인천시 전역 공동주택 관계자들에 대한 화재 교육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일반차량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EQE35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인근 주차 차량 87대가 타고, 783대가 불에 그을렸으며 입주민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정지 버튼을 누른 야간근무자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방의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