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로 민낯 드러난 손태승 사태…"파벌 타파" 무색해진 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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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4.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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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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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깔린 제보…끊이지 않는 '내부 분열'
파벌 타파 외친 '외부 관료'…리더십 시험대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이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우리금융의 수장을 맡으면서 상업·한일은행 출신의 오랜 파벌 갈등을 의식한 듯 '새로운 기업문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금융권은 최근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금융권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 특성상 크고 작은 제보는 늘 이어지며, 제보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은행 관련 제보엔 '목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제보가 유독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폭로성 제보, 음해성 투서 등은 '주인없는 회사'에서 잦다. 임 회장이 '파벌 타파'를 외치며 닻을 올린 지 1년 6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제보로 시작된 검사…실체 드러난 '우리금융 대출비리'

지난 11일 금감원은 제보를 확인한 결과,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으며 그중 350억 원을 '부적정 대출'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177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 현장 검사를 진행하기 이전부터 손 전 회장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 관계자는 "손 전 회장 관련 대출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제보"라고 말했다. 국회나 언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은행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는데, 이 제보 중 손 전 회장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 현장 검사에서 손 전 회장 관련 의혹도 함께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측은 "금감원의 민원 확인 요청에 따라 파악된 내용 일체를 금감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조직이 사건 방조·후원"…끊이지 않는 '내부 분열'


짚어야 할 점은 우리은행을 겨냥한 제보가 유독 많은 이유다. 제보자 신원 보호 원칙에 따라 명확한 출처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금융권은 '우리은행 한일-상업 갈등'에서 비롯된 내부 제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해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통합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파 간의 대립이 이어져 왔으며 이를 봉합하기 위해 양 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는 관례도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도 한일은행 출신인 손 전 회장 관련 비리를 알리려는 상업은행 출신들의 제보로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우리은행 전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손 전 회장 관련 의혹은 수년 전부터 조직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일이었다"면서도 "당시 손 전 회장이 행장·회장을 동시에 맡았기에 조직 전체가 사건을 방조하고 뒤에서 후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손 전 회장을 겨냥한 폭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과 '억대 고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2년간 연봉 4억원'처럼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내부 제보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손 전 회장은 고문 자리에서 사임했다.

◇ 파벌 타파 외친 '외부 관료'…리더십 시험대로

물론 임 회장은 16년 만에 탄생한 '외부 관료 출신' 수장으로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 갈등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4단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묵은 계파 갈등을 해소하려 한 것도 임 회장이다. 인선 단계에서부터 체계적 형식으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임 회장 체제에서도 여전히 내부 분열이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그의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손 전 회장 관련 부정적 대출 사실을 인지하고, 임 회장은 지난 3월 관련 보고를 받았는데도, 금융당국에 보고 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한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사소한 사고도 당국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616억원의 금융지주 전임 회장 관련 부당 대출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말한다. 다만 우리은행은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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