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기조 확고…종부세는 "근본적 검토" 이유로 빠져
(세종=뉴스1) 이철 전민 김유승 손승환 기자 =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10%포인트(p) 인하되면서 세부담이 대폭 완화되고, 상속세 자녀공제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상향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을 낮춘다.
정부는 또 야당이 반대 입장을 내비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의 경우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이슈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이번 세법개정안에 넣지 않으면서 한발 물러섰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1차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민생 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 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을 하는 한편, 낡고 오래된 세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춰 합리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50%→40%…자녀공제 5000만→5억원
우선 정부는 25년 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상속·증여세 과세 표준과 세율을 바꾸기로 했다. 과세표준상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또 최고세율인 50% 구간(30억 원 초과)은 없앤다. 따라서 최고세율은 40%로, 과세표준은 10억 원 초과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과표 조정 대상 인원을 8만 3000명, 최고세율 인하 대상 인원을 24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은 현행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특히 배우자 공제(5억 원~30억 원), 기초공제(2억 원) 등과 합산할 경우 유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만약 상속재산이 25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 원으로 가정하고 자녀 2명이 있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공제 규모가 10억 원 수준이다. 자녀공제와 기초공제를 합쳐 5억 원 미만일 경우 받는 일괄공제 5억 원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더한 값이다.
그러나 자녀공제가 5억 원으로 확대되면 공제 규모는 15억 원(자녀 2명 배우자)과 기초공제 2억 원을 합쳐 총 17억 원으로 7억 원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 부담도 4억 4000만 원에서 1억 7000만 원으로 2억 7000만 원 줄어든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와 관련해 아무래도 '부자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렇지만 상속세가 25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자산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부자들에 대해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세가 기업 승계와 우리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이 된다는 것을 (국회에) 잘 설명을 드릴 것"이라며 "저는 (여야 간) 접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野 반대에도 금투세 폐지 밀어붙인다…"종부세, 근본적 고민 필요"
정부는 또 세법개정안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기조를 재확인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 원일 경우 수익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다만 국회 다수인 야당이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폐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혜택을 준다. 주주환원을 촉진해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이다. 세액공제 대상은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의 5% 초과 증가분이다. 해당 연도 총 주주환원 금액의 1% 한도에서 증가분의 5%만큼 공제를 적용해 준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배주주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제외된다.
아울러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도 추진된다.
세법개정안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를 연 2000만 원(총 1억 원)에서 연 4000만 원(총 2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 비과세 한도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총 급여액 5000만 원·종합소득금액 3800만 원 이하나 농어민이 대상인 서민형의 경우 비과세 한도가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는 뺐다.
최 부총리는 "윤석열정부 들어 종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며 "아직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지적되고 있지만, 종부세는 그것보다도 전반적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개편을 하려다 보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며 "그런 부분을 검토해서, 검토 결론을 저희가 세법에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혼·출산 세제혜택 확대…주택청약 세제지원 늘린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저출산 관련 세제혜택도 대거 담았다.
우선 정부는 혼인신고 시 인당 50만 원, 최대 100만 원 규모의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올해 혼인신고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적용되며 생애 1회에 한정해 적용된다.
결혼 가구의 주택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에게 납입액 300만 원 한도에서 40%를 소득공제해주고 있다. 또 총급여액 3600만 원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이자소득을 비과세하는 혜택도 있다. 이같은 혜택은 세대주에게만 한정됐는데, 개정안에는 세대주 외에 배우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확대한다.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행 제도상으로 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1세대 2주택자가 된 경우, 주택 하나를 5년 내에 처분하지 않을 경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에 있어 다주택자로 간주한다. 정부는 이 기간을 1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업의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를 추진한다. 현행 제도에서 출산지원금의 비과세 한도가 월 20만 원 수준인데, 이를 대폭 상향하는 셈이다.
이외에 자녀세액공제금액을 각 10만 원씩 확대한다. 세액공제 금액은 자녀가 1명일 경우 1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2명일 경우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3명 이상일 경우 인당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어난다.
◇세수, 5년간 4조3515억원 감소…"내년 세수효과 미미"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5년간 총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는 전년 대비 증감을 나타내는 '순액법'으로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내년 세수가 올해 대비 6227억 원 줄고, 2026년에는 2025년 대비 3조 8833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2027년은 전년 대비 3888억 원이 줄었다가 2028년에는 8756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다 2029년에는 다시 전년 대비 3323억 원 줄어들 전망이다.
5년간 세수 효과를 세목별로 보면 상속·증여세가 4조 565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녀공제, 최고세율 인하 등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각각 4557억 원, 3678억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3656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특히 세수 부족이 컸고 올해도 세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는 2022년과 지난해의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에 나오는 세수 효과가 내년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활력 제고, 민생 안정 등을 고려하고, 경제 왜곡에 대한 부작용을 개선하는 효과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