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덥다카이 집에 있으소"…총리도 호평 '자녀 경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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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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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어르신에 자녀가 전화해 기상 정보 전달
김연매 사무관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의 정성과 집념"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 소속 김연매 사무관이 어르신들을 만나 '자녀경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 제공)


(서울=뉴스1) = "엄마, 오늘은 덥다 카니 고추밭 나가지 마소. 집에서 물 많이 잡숫고 쉬시라 카네."

경남 창녕군, 밀양시 농촌 지역 어르신들은 특별한 폭염 경보를 받는다. 부산지방기상청 소속 김연매 사무관이 제안한 '자녀 경보'를 통해서다. 공직 생활 27년차 김 사무관은 기존 사무적인 폭염 경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피부에 와닿는 경보를 고안했다고 한다.

김 사무관은 "최근 부·울·경 사회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보 업무에도 이 같은 사회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르신들은 핸드폰 사용이 익숙지 않아 문자를 잘 확인 못하는 경우도 있고, 문해력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폭염주의보. 00도. 폭염주의'라는 경보 메시지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를 찍었다. 김 사무관은 어르신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고,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자녀들을 통해 기상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기상청에서 기상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자녀들에게 보내면, 자녀가 이를 토대로 부모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도록 하는 식이다.

김 사무관의 아이디어는 경남 창녕 대산면의 한 마을에서 가장 먼저 빛을 봤다. 경남 창녕 대산면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자녀 경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면서다. 정책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후 경남 창녕군과 밀양시까지 확대됐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어르신들의 보호자 연락처를 얻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논두렁 밭두렁을 다녔다"며 "공무원들이 직접 전화를 걸면 안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어르신들의 전화로 통화했고, 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 페이스북)


정책 효과도 눈에 띈다. 현재 자녀 경보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들의 경우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김 사무관의 설명이다.

이에 정책 만족도도 높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경보 서비스 수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보 수신 후 야외활동을 변경하거나 취소한 경험이 있는 어르신은 97.8%였다. 또 정보를 계속 수신하겠다고 답변한 비율도 93%에 달했다.

김 사무관은 "기상청 업무를 20년 넘게 하다 보니 날씨라는 건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건물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일부 주민들이 '기상청이 효도청'이라는 말씀도 해주시고, 다른 지자체들이 자녀경보 서비스를 시행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해당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녀 경보'를 언급하며 김 사무관의 성과를 직접 치하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자녀 경보) 성과가 소문나면서 올해는 사업이 밀양시까지 확대됐고, 광주지방기상청은 '우리는 폭염은 물론 한파와 폭설에도 응용하겠다'고 나섰다"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정성이고 집념"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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