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30㎜ 넘는 비…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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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뉴스1) 김기현 장수인 최형욱 기자 = 사흘째 집중 호우가 이어진 10일 순식간에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이재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평소처럼 잠을 자다 갑자기 집 안에 들이닥친 물로 고립됐었다고 한다.
◇"새벽 폭우로 갑자기 물에 잠겨"… '죽음의 위기'서 탈출
이날 오후 충남 논산시 강경읍 부흥로의 한 주택엔 지난밤 폭우로 물에 잠겼던 흔적이 여전히 생생히 남아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충우 씨(79)는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듯 눈에 초점이 흐려진 상태로 침수 당시 피신하느라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새벽 2시쯤 집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해 자다 일어나 급하게 집을 뛰쳐나왔다"며 "이미 물이 많이 차 있는 상태라서 대문으로 나오지 못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견도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목줄에 묶여 있던 이 씨 반려견은 집 안에서 몸이 물에 반쯤 잠긴 채 낑낑대며 울었다.
이 씨는 "소방관들이 감전될 우려가 있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 아무것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논산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까지 8개 읍면이 물에 잠기는 등 비 피해로 주민 총 500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논산시엔 이날 오전 0시 40분을 기해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특히 도로 곳곳이 파손되면서 일부 지역 마을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지하차도 4개소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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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도 발생했다. 오전 2시 52분쯤 논산시 내동 건양대 후문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선 50대 남성 A 씨가 "지하 2층 승강기 안에 갇혔다"고 119에 신고했으나 끝내 숨졌다.
이곳은 이미 20여 분 전부터 침수되기 시작했지만, A 씨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간밤 수마가 할퀸 자국 '선명'… "진흙물, 닦아도 닦아도 그대로"
이날 전북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내촌마을에서 만난 임복성 씨(78) 역시 새벽 잠결에 겪은 일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임 씨는 이날 새벽 잠을 자다 깜짝 놀라 깼다고 한다. 집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다.
그는 곧장 옆에서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현관문을 통해 대피하려고 했으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이미 마당에 물이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은 순식간에 목까지 차올랐다. 이에 임 씨 부부는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임 씨는 이후 아내와 함께 뒷산으로 올라갔다. 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모습은 처참했다. 집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떠내려가는 것쯤은 예사였다.
임 씨는 "2010년쯤에도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 이번에 내린 거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다"며 "안 죽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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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범람한 완주군 운주면 장선천과 가까운 곳에 있어 새벽 3시쯤부터 빗물이 흘러들어온 박귀례 씨(51·여) 집도 수마가 할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냉장고·세탁기 등 모든 물건이 진흙물에 나뒹굴고 있는가 하면, 곳곳엔 물과 함께 흘러들어온 차량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박 씨는 "전쟁을 겪은 것 같다"며 "집안에 발을 못 디딜 정도라 일단 걸레질이라도 해보는데 닦아도 닦아도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당 130㎜ 넘는 비…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
전북과 충남, 경북 등지에 퍼부은 장맛비는 주말 이후 누적 300㎜를 넘어섰다. 특히 시간당 130㎜ 넘는 비의 양은 거의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수와 비슷하기에 그에 따른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전국엔 최대 306.0㎜(익산) 비가 쏟아졌다. 군산 294.5㎜, 부여 294.0㎜, 서천 285.0㎜, 무주(덕유산) 265.0㎜, 성주 245.0㎜, 대구(신암) 242.5㎜, 장수 237.2㎜, 금산 226.6㎜ 등에 200㎜ 넘는 비가 왔다.
밤사이 비는 충남과 전북, 경북에 집중됐다. 군산엔 시간당 131.7㎜ 수준의 강한 장맛비가 뿌려졌다.
전국 97개 관서용 기상관측 지점 기준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였다. 기상청은 관서용 관측소의 기록을 기상청 '공식기록'으로 사용한다.
금산에선 84.1㎜, 추풍령에선 60.8㎜의 시우량이 기록됐다. 모두 200년 빈도 강수량이다. 구미에선 100년 빈도의 시우량 58.3㎜가 관측됐다.
이밖에 군산(어청도)엔 시간당 146.0㎜, 서천 111.5㎜, 논산(연무) 84.1㎜, 보은 68.5㎜, 영동 68.0㎜, 고령 63.0㎜, 칠곡(가산) 60.0㎜의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