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쌀매입에 3000억 쓰고도 쌀값 못잡은 정부…재고량 27만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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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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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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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쌀 15만톤 매입했으나 쌀값 연일 하락…민간재고 전년比 26.6만톤↑
송미령 농림장관 쌀 수급 현장 관심 늘려야 한단 지적 제기되기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산지 쌀값 안정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20만원 보장 및 15만톤 즉시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3000억 원을 투입해 재고 쌀 15만 톤을 추가로 매입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농민들은 연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정작 정부는 쌀 수급 관련 현장방문이 올 들어 1회에 그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지쌀값은 지난해 10월(수확기) 20㎏ 기준 5만 4388원에서 지난달 25일 4만 6863원(-14.4%)까지 하락했다.

당초 농식품부는 2022년산 민간재고, 쌀값 동향을 고려해 시장격리 조치가 없이도 안정적 수급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 공매 미실시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쌀 수요량(361만 톤)을 웃도는 370만 톤이 생산되는 등 정부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재고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농협과 민간 RPC가 재고량 과다로 인한 적자를 우려하며 저가 판매에 나서면서 쌀값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6월 각 5만 톤씩을 식량원조용으로 매입했다. 총 15만 톤으로, 투입된 예산은 329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산물벼 12만 톤 전량 정부 인수 등의 조치를 펼쳤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쌀 매입이 시장에 '쌀이 남아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2022년 풍년이 들며 90만 톤의 쌀을 정부가 시장에서 격리한 끝에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지난해보다 재고량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 5월 기준 민간 재고량은 77만 5000톤으로 전년(50만 9500톤)보다 26만 6000톤이 많았다. 지난해 4월(67만5000톤)보다도 많은 재고량이다.

반면 수요는 올해 1~5월 82만 2000톤의 쌀이 판매됐는데, 전년 동기간(83만 2000톤)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 단경기(5~8월)에는 쌀값이 상승하는데, 올해는 많은 재고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하락세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농민들은 잇따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농민 300여 명이 농협중앙회 세종충남본부에 모여 쌀값(80㎏ 기준) 26만 원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농민들의 목소리에도 농식품부는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108번에 걸친 현장방문을 통해 농촌소멸, 물가, 비료 수급 등에 대한 목소리를 청취했으나, 쌀 수급 관련 현장 방문은 단 1회에 그쳤다.

송옥주 의원은 "수급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쌀 매입에 3000억 원을 들였지만 쌀값은 여전히 하락세"라며 "현장방문 중 쌀 수급 관련 행보가 단 1회에 불과해 정부의 일방통행식 쌀 수급 안정 정책 방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보다는 선제적인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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