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 유압프레스에 짓눌린 '스포츠맨십'[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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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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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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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팀 '박제'하는 대회 연출…이긴 선수도 '민망'
선수 노고·기량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품위 갖춘 문화 마련돼야
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EWC 롤 토너먼트 8강전서 젠지가 탑e스포츠 게임단에 패배했다. 젠지 팀의 게임 참가 징표가 유압프레스기로 짓눌려지고 있다./뉴스1(EWC 중계 갈무리)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830억 원 역대급 상금에도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월드컵에 마냥 박수쳐주기 어렵다. 화제성에 눈멀어 '스포츠맨십'을 뒷전에 둔 탓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토너먼트서는 '유압프레스기' 퍼포먼스가 있었다. 8개 팀은 참가 징표로 실물 키를 받는데 게임에서 지는 순간 유압프레스기로 이를 짓이기는 것이다.

여기에 주최 측은 진 팀이 이긴 팀에 키를 직접 상납하게 했다. 패자나 승자나 서로 쳐다보지 못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앳된 얼굴의 선수는 키를 받아 든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자랑스러워야 할 T1 우승 트로피에도 패자 팀의 키가 박혔다. 중국 게임단 비리비리 게이밍(BLG), 탑e스포츠(TES) 및 팀 리퀴드 등이다. 우승 트로피가 상징하는 스포츠맨십이 퇴색했다.

생중계서 보인 기술적 난항, 엉성한 카메라워크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다. 운영 미숙은 대회 연혁이 짧아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1500여 명의 선수와 글로벌 시청자가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대회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걱정이다.

실제 "도파민이 돈다", "멸망 전이다" 등 화끈한 연출에 환호한 팬층이 있었다. 팬덤이 즐거우면 됐다는 반박도 있다.

사우디에서 열린 대회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우려가 크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완전히 인정받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선수 기량과 노력이 마우스 클릭음 '딸깍'으로 조롱받지 않으려면 산업규모는 물론 스포츠 정신이 받쳐줘야 한다. EWC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먼저 올바른 스포츠 문화 조성에 앞장선다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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