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다 단조로운 무늬, 열기와 물 배출 위해…수명주기는 300번[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점보'로 불리며 초대형 여객기의 표준이 된 보잉의 B747. 길이는 70미터가 넘고 승객은 500명 가까이 태울 수 있다. 최대이륙중량이 45만㎏(450톤)에 달하는 이 비행기를 지탱하는 타이어는 18개뿐이다.
비행에서 이착륙은 찰나지만 거대한 비행기가 시속 420㎞에 달하는 속도로 활주로에 닿을 때면 연기가 자욱할 정도로 엄청난 열기가 나온다. 극한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타이어의 비밀을 글로벌 1위 타이어 제작사인 미쉐린에 들어봤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상업용 항공기의 50% 이상이 미쉐린 타이어다.
◇차량용 타이어와 차이? 구체적 디자인 필요
항공용 타이어와 차량용 타이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중 및 속도 요구사항을 갖춘 구체적 용도로 인해 특유의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차량용 타이어의 표면에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줄무늬를 새긴다. 노면에 닿는 바퀴의 면인 트레드를 어떻게 디자인하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돼 핵심 기술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항공용 타이어에는 세로 형태의 홈만 몇가닥 보인다.
이는 항공용 타이어가 이착륙할 때 견뎌야 하는 엄청난 마찰과 관련이 있다. 이착륙 시 생기는 마찰로 발생하는 열을 배출하고, 비나 눈으로 젖은 활주로의 물을 배출하기 위함이다. 가로형 패턴은 마찰을 견디기에 불리하다.
내부의 골격을 뜻하는 카커스도 고무가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층인 플라이를 두껍게 쌓는 식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타이어 측면의 사이드월에는 오존으로 인해 생기는 균열을 감소시키기 위한 기능이 적용된다.
◇가혹한 조건에도 견디는 것이 핵심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항공용 타이어는 대략 300번의 비행을 견딜 수 있다. 한번 비행을 할 때마다 몇십 그램 단위로 마모가 일어난다. 그렇지만 견뎌야 하는 극한 상황은 이착륙만이 아니다.
타이어를 수납하는 공간은 기내처럼 고도에 따라 온도와 기압을 조절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와 비슷한 조건이라 봐야 한다. 상공에 있을 때와 이착륙 시의 온도가 영하 55도부터 250도까지 오간다. 이러한 상황에도 고무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기만 주입하는 차량용과 달리 항공용에는 건조한 질소를 주입한다. 저온에서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고, 고온에서는 착륙 시 발생하는 열에 의한 발화를 방지할 수 있어서다. 레이싱용 타이어에 질소를 주입하는 이유와 같다.
항공기 엔진이 유사시에 한쪽 엔진이 꺼지더라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과 비슷하게 타이어도 이착륙 시 이중으로 하중을 견딜 수 있다. 항공기 제조 분야의 인증 테스트는 그만큼 모든 응용 분야를 포괄한 엄격하다는 것이 미쉐린의 설명이다.
◇비행기 커질수록 타이어는 많아진다
대형기인 B777의 엔진 하나가 중단거리 B737의 동체와 지름이 맞먹을 정도로 크기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비유하자면 덤프트럭과 소형차 이상이다.
항공용 타이어도 자체 타이어 규격을 갖추고 있지만, 여객기 크기에 비례해 타이어 크기가 다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이어의 크기를 늘리는 대신 하중을 견딜 타이어의 숫자를 늘려 하중을 분산하는 방식을 쓴다.
예컨대 B737은 한쪽 랜딩기어에 2개의 타이어를 장착해 총 4개의 타이어를 쓴다. B747은 타이어 4개가 한묶음인 랜딩기어가 4개 있어 16개의 타이어가 필요하다. 여기에 노즈기어의 2개 타이어를 합하면 총 타이어 개수가 된다. B777처럼 3륜 구조로 6개가 한묶음인 경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