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종중 땅 관리하던 70대, 종원들 몰래 아내 명의로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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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6. 오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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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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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배임·횡령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
재판부 "종중원들 신뢰 저버리고 죄질 나빠"…징역 2년 선고
ⓒ News1 DB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20년간 관리하던 종중의 땅을 자신의 아내 명의로 불법 이전한 70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제3단독(부장판사 정재익)은 업무상배임·횡령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71)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B씨(83)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 등은 지난 2020년 4월께 전북자치도 전주시에 위치한 종중 소유의 토지를 불법 이전하고 재산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각각 2004년과 2011년부터 종중의 총무와 회장직을 맡으면서 종중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총괄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러던 중 A 씨 등은 종중이 소유한 토지 주변에 부동산개발 호재 소식이 들리자,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토지를 A 씨의 아내 명의로 이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종중 8명의 명의를 도용해 마치 종중총회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한 종중결의서를 작성하면서 종원 100여명을 8명으로 축소해 기재한 뒤 종중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종원들의 도장을 찍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 씨 등은 아내의 명의로 토지 매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감정평가액 4억3000여만원 상당의 토지를 1억5000만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토지 매수 대금이 부족해지자 종중 계좌에 있던 4000만원 상당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등의 범행은 종중 감사인 C 씨가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C 씨가 해명을 요구하자 A 씨 등은 "관행대로 처리했다. C 씨 등이 종중의 재산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음해하고 C 씨를 종중에서 제명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종중재산을 보전·관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토지를 헐값으로 매각해 종중의 신뢰를 저버렸다. 또 수사 과정에서도 토지 매각 경위, 매각 대금의 출처 등에 대해 허위 진술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증거를 조작하려고 시도해 엄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횡령한 돈을 반환해 금전적인 피해가 복구된 점, 피고인들이 종중의 총무·회장직을 사임하고 업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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