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최고' 유지 비결은?..."맛과 정성이죠"[편집자주] 어느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향토음식 고유의 지역성과 독특한 맛은 여전히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뉴스1제주본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시 도두동은 바닷가이기도 하지만 예부터 맑고 시원한 용천수로 유명한 마을이다. 도두 용천수는 도두포구 상류에서 솟는 샘물로 오방(午方:동서남북과 그 중심을 일컫는 말)에서 솟아 '오래물'로도 불린다.
이 도두에는 40년 가까이 '도두'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자리를 지킨 횟집이 있다. '도두횟집'이 그곳이다.
도두항에 도착하자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색바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내에서 손꼽히는 횟집치고는 다소 허름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주인장의 자신감과 식당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식당 안에 빈 자리없이 빼곡히 붙어있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사진과 사인이 이 횟집의 명성을 대변했다.
도두횟집을 운영하는 장승호씨는 도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80년대 중반 군대를 제대한 후 국수집으로 장사를 시작해 직접 개발한 솔잎찜이 대박을 쳤다. 횟집을 시작한 건 90년 초중반. 바닷가 마을에서 살며 어릴때부터 익숙한 생선에 눈을 돌렸다.
이 횟집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특히 횟감의 황제라 불리는 다금바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다. 장씨는 다금바리를 과거에는 직접 낚기도 했지만 현재는 입찰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장씨는 "자연산 고급어종을 예약위주로 팔다보니 적당한 고기가 없으면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문을 닫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무게가 30~40kg 정도되는 다금바리를 해체하는 작업만 3~4시간이 걸린다. 무려 5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장씨는 노포의 반열에 든 식당과 차별화된 맛 덕분에 연예계와 정계 '인맥'도 상당하다. 제주에 여행와 한번 맛본 고객의 부탁을 받아 다금바리를 들고 타지로 출장영업을 하는 경우도 잦다.
장씨가 입찰에서 획득한 54kg급 대형 다금바리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VIP급 고객의 요청으로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가득담아 살아있는 채로 항공수송을 했다는 후문이다.
장씨는 다금바리 회를 수십년 뜨다보니 가짜 다금바리는 줄무늬 모양만 봐도 알아챈다. 장씨는 "다금바리는 능성어와 달리 L자모양의 줄무늬가 있다"며 "지리를 끓여도 국물 진하기에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도두횟집에 다금바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롱보리밥도 이곳에서 맛볼수 있는 별미다.
장씨는 "옛날 어르신들이 밭에 일 하러가면서 냉장고 대신 소쿠리에 도시락을 보관해 나무 그늘 밑에 넣어 둔 것에 영감을 얻어 차롱보리밥을 만들었다"며 "보리밥에 자리젓갈을 얹어 쌈채소에 싸먹는 데 제주스런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차롱에 담아 음식을 내놓으니 손님들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도두횟집이 오랜 세월 흐트러짐없이 '최고'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의외로 뻔했다. 맛과 양심이다.
장씨는 "손님에게 내놓을 음식 최대한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아니다싶으면 팔지를 않는다. 바가지나 재료를 속여 파는일도 결코 없다"며 "고객과 신뢰를 쌓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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