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의학 큰 타격…'기피 과' 될테고 둔감해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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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6.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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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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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환자 마음 역행하는 정책 실패할 것…열쇠는 정부에 있어"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의정부=뉴스1) 강승지 기자 = "5개월간 파행적으로 운영돼 온 일들이 하나의 문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가 아니라, 조건 있는 대화를 원하죠. 의료의 미래를 위해 조건 없는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합리적인 선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는데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지 않을까요?"

의료공백 사태 5개월째에도 연일 '권역외상센터'를 지킨 의료진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밤에도 힘들게 일하는 분야인데, 보상이 거의 없어 '기피 과'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병원에서 안 되는 게 많아졌고 이 상황마저 이어지니 둔감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군의관 생활 중 이라크 파병을 갔고 미군이 준 '응급전쟁 수술'(Emergency War Surgery)이라는 책을 본 뒤 '외상'을 택한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50·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닐까, 느낌도 든다"며 걱정을 쏟아냈다.

조 이사장은 '외상의학'을 다친 환자의 초기 중증도 판단과 처치, 여러 임상 진료과와의 수술·시술, 환자 재활과 사회 복귀의 여정을 다루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치료뿐 아니라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훌륭한 '외상환자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원래 위암을 전공하려고 했다는 그는 "(미군이 준) 그 책을 열심히 읽다가 지금의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돌아왔는데 위 수술보다 밤에 응급수술하는 사례가 많았고, 훨씬 나한테 맞는 것 같았다"며 "나만 잘하면 환자들이 잘 살아 퇴원하길래 '운명인가' 하고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인턴 1명과 외상의학 분야에 뛰어든 그는 병원 체계 개선에 힘썼다. 전문의를 빨리 만나고 필요시 입원과 수술을 가능케 하고 여러 진료과 협진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점에 집중했다.

그는 "병원에 오기 전 제대로 된 처치가 돼 외상센터에서 환자가 중증도 등에 따라 분류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정책으로 귀결됐다"면서 "외상환자 진료체계 발전을 위해 학문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사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이기도 하다. '경기 남부엔 이국종, 북부엔 조항주가 있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동분서주했다. 이국종 교수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선장을 살렸고 현재 국군대전병원장을 맡고 있다.

이송훈련 등을 진행 중인 조항주 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국민적 격려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전공의 이탈이 기약 없이 길어진 데 대해 그는 "일이 전담간호사와 교수진에 다 넘어왔다. 특히 외상센터는 일이 늘면 정신없이 많다. 1명의 일손이 부족해도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두고도 그는 전공 분야의 세분화가 문제라며 "응급체계 유지에도 과거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우선 외상 분야에는 여러 장기 손상을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중증외상 환자로 판단되면 인근 병원에 다급하게 전화하기보다, 외상센터로 전화한 뒤 그다음 가까운 외상센터로 전화하는 게 시간을 아낀다는 그는 "특히 혈압이나 의식이 떨어진 중증외상 환자는 외상센터 위주로 이송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의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해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에는 "말은 좋은데 국회의원 중심 국회, 장교 중심 군대와 뭐가 다를까. 군대에 장교만 있고, 부사관과 병사가 없으면 잘 돌아갈까. 생각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전공의 도움으로 간신히 유지되던 의료체계가 현재 전문의만으로 버티면서 체력적 한계에 이르렀다며 "야간 수술은 집도의에게 큰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응급, 외상 분야에 큰 타격을 줬다. 외상 분야는 더 기피 과가 될 테고 둔감해질까 두렵다"고도 털어놨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이 과거 환자 회진을 진행하는 모습(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그는 의대 교수진이 전문가로서 의견을 내고 있을 뿐 '강대강 대치'로 규정하지는 말아달라며 "지금도 사고가 나 외상환자가 생긴다. 인력이 극히 부족하고 지금 더 없는 데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누군가는 환자를 보고 있어 사회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논의와 관련해 "지역 의료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서울로 오는 게 낫다면 지역 필수의료가 살아날까. 훌륭한 인재의 영입과 전폭적인 투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명의 신비를 다루는 의학은 끝없이 수련해야 하는 분야인 지라, 많은 의사가 공부한다고 밝힌 그는 "똑같이 배워도 적용, 시행은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 아플 때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의 마음을 역행하는 정책은 실패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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