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엄마 "성폭행 원수갚고 오라던 딸들…누리꾼 덕에 이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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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4. 오후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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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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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보자들'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20년 전 성폭력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자매의 모친이 누리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딸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며 화제에 올랐던 유튜버 '나락 보관소'는 3일 '저희가 돕겠습니다'란 제목의 영상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단역배우 자매 모친 장연록 씨의 육성이 담겼다. 장 씨는 "우리 큰딸 보물 1호, 작은딸 보물 2호 소라, 소정이는 내 옆에는 없지만 죽은 자식도 자식이고 항상 사랑하고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무치는 마음을 표했다.

이어 "(딸들이) 20년 후에 원수 갚고 따라오라고 했다"며 "엄마는 강하니까 원수 갚았다고 말하러 갈 테니 만나달라고, 그때까지 하느님 옆에서 잘 지내라고 부탁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사랑한다. 우리 보물 둘 소라, 소정이 사랑한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맨날 보고 싶고 밤이 되면 미칠듯한 느낌이 든다. 밤 되면 갑자기 그립다. 너무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이 가슴은 365일 따갑고 아프다. 보고 싶어서 저리고 따갑다"고 말했다.

끝으로 장 씨는 "남들은 혼자 싸웠다고 하는데 아니다. 혼자가 아니고 소중한 누리꾼들이 응원해 줬기 때문에 이날이 온 것"이라며 사건에 관심을 기울여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락보관소는 영상 말미 "어머니는 현재 가해자들로부터 수많은 고소를 당해 집까지 팔게 됐다"고 전하며 "금전적인 도움도 좋지만 이 사건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제보자들' 갈무리)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2004년 7월 장 씨의 큰딸 양소라 씨가 친동생 양소정 씨의 소개로 단역배우로 일하던 중 기획사 반장, 캐스팅 담당자 등 12명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한 일이다.

당시 소라 씨는 12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나, 가해자들은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조사 과정에서 소라 씨는 경찰에게 2차 피해를 봤고, 가해자들에게 협박당해 결국 2006년 강간 및 강제추행 고소를 취하했다. 법원은 12명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소라 씨는 2009년 8월 28일 "날 단단히 갖고 놀았다. 더 이상 살아 뭐 하겠나"라는 유서를 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언니에게 일자리를 소개한 소정 씨도 죄책감에 시달리다 엿새 뒤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딸들의 잇따른 죽음에 충격받은 양 씨 자매의 아버지도 두 달 만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홀로 남은 장 씨는 2014년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민법상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성폭행 발생으로부터 9년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고.

이에 장 씨가 해당 기획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자, 가해자들은 장 씨를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소했고, 검찰은 장 씨를 재판에 넘겼다. 장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가해자들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해 온 장 씨는 지난 3월 "현재까지 가해자들에게 고소당한 게 30건쯤 된다"며 "일부 가해자는 아예 일손을 놓고 저를 계속 고소하고 있으며 새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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