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와 거대 야당 사이 놓일 차기 경찰청장의 자격[이승환의 노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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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3. 오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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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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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달 '치안총수' 경찰청장 내정자 지명 가능성
조지호·김수환 유력 후보…'예상 밖' 깜짝 인사 가능성도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경찰청 로고 현판 ⓒ News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관들도 치안 총수인 경찰청장과 관련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난 2003년 경찰청장 2년 임기제 도입 후 임기를 채운 치안총수의 비율(28.5%)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희근 현 청장을 제외한 역대 경찰청장 12명 중 8명이 임기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제복을 벗었다. 전임 김창룡 청장은 불과 임기 종료 18일을 앞두고 경찰국 파동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런데도 경찰 서열 1위를 향한 수뇌부의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경찰청장이 설령 '독이 든 성배'라 할지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고위직 경찰관들이다. 아마 명예욕과 권력욕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권력기관 공무원의 명예욕은 풍파를 이겨내고 직업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원동력이다. 명예욕과 권력욕 때문에 금전을 대가로 한 청탁을 차단하는 경찰관도 있다. 무색무취한 고위직 경찰관이야말로 치안을 통솔하는 지휘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56·경찰대 6기·경북 청송 출신)과 김수환 경찰청 차장(55·경찰대 9기·경남 밀양 출신)이 언급된다. 두 사람은 정반대 성향의 지휘관이다.

조 서울청장은 업무 이해도와 추진력, 그립(장악력)이 뛰어나고 경찰 조직에 애정이 강하다. 반면 다소 고압적이라 조직 화합에 이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는다. 김 차장은 온화한 성품에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지만 청장치고 낮은 기수가 걸림돌로 여겨진다. 김 차장이 청장이 되면 경찰대 기수 선배들을 부하로 둬야 하는데 제대로 '그립'을 발휘하겠느냐는 의문이 남아 있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8월 초엔 지명될 것으로 보이는 경찰청장의 인선은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2022년 여름 경찰청장 인선 때도 당시 김광호 서울청장이 유력했다가 막판에 윤희근 경찰청 차장으로 뒤집혔다는 얘기가 많다. 윤 청장은 취임 전후로 경찰국 파동에 시달리고 그해 10월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휩싸여 애초 임기를 채우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었다. 윤 청장이 오는 8월 9일까지 임기를 완주해 퇴임식을 연다면 만감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청장의 후임자는 굵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압도적 과반'의 야당이 추진할 '수사·기소 분리'가 대표적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기소만 하게 하는 것이다. 검찰의 기존 수사권은 경찰이 맡거나 중대범죄수사청(가칭) 등을 신설해 그곳에 이관하는 식이다. 어느 방향이든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현실화하면 반대급부로 경찰의 수사권은 강화할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 차기 경찰청장의 과제

주목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이다. 검찰 출신 인사가 두드러지는 현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정부의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는 '경찰의 숙원'이라 불릴 정도로 구성원들이 염원하던 제도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거스르기도, 거대 야당의 수사·기소 분리에 반발하기도 힘들어 차기 경찰청장은 여느 때보다 정무 감각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면서 조직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경찰청장이라는 '자리'보다 경찰청장이 하는 '업무'에 집중하는 인물이 치안총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 경찰청장은 치안 총수로서 위세를 뽐내기보다 경찰청장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으면 한다는 것이다.

자리보전에 집중하는 경찰청장은 '하명'을 좇기 마련이고 결국 조직과 국민을 뒷전으로 미룬다. 치안 과제와 수사권 등 업무에 몰입해 성과를 내는 경찰청장은 독이 든 성배를 들이킨 것처럼 그 과정이 힘겹고 쓰라릴 지라도 국민과 경찰 조직이 기억하는 치안 총수로 남을 것이다. '국민이 박수치고 구성원들이 기억하는 치안 총수', 경찰청장에게 이만한 명예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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