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메가 서울'…신행정수도법 위헌의 교훈[세상을 바꾼 법정]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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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04.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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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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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편입, 2004년 헌재 내놓은 '수도' 개념과 일부 상충
서울 확장, 수도 문제로 헌법적 사안…국민 투표 필요성도
[편집자주] 판결은 시대정신이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때론 나아 가야할 방향을 담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격변기를 거쳤다. 이 때문에 1년 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시대정신이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과거와 정반대의 판결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봤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메가시티 서울'이 뜨거운 감자다. 김포 등 경기 일부 지역을 편입시켜 서울 생활권을 공유함으로써 수도권 주민 삶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거점 개발해 이익을 나누겠다는 전략이지만 '국토 갈라치기', '전형적 포퓰리즘' 등 반발도 만만치 않다. 총선 6개월 앞두고 여당이 띄운 '메가 서울' 논쟁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메가 서울' 논의가 단순히 행정구역 개편으로 바라봐선 안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이 '수도'인 만큼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의 논리적 근거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서 출발한다. 당시 헌재가 내린 결정이 '메가 서울' 논의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세종시 비오케이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행정수도 완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2004년 신행정도시법 위헌 결정…"서울이 수도, 헌법문언 신설"

헌재는 2004년 10월21일 수도를 서울에서 충청권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정부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부는 수도 이전 구상을 종전의 행정구역 개편 절차와 동일하게 접근해 법률적 문제로 해결하려 했다. 그렇게 탄생한게 신행정도시법이다.

그러나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을 헌법으로 인정하면서 수도 문제는 법률이 아닌 헌법적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수도를 이전하려면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기하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신행정수도법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명문화된 헌법 규정은 지금도 없다. 2004년 헌재 결정으로 수도 문제는 헌법적 판단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헌법연구관 출신 윤영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논문 '정치의 사법화와 헌법재판소 역할'(2018)에서 "위 관습헌법 판례로 인해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문언이 신설된 것과 같은 결과가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 헌재, 수도 '공간적 개념' 정의…'메가 시티' 구상과 일부 충돌

"일반적으로 한 나라 수도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

위헌 결정 당시 헌재가 내놓은 헌법상 수도의 개념을 이같이 정의했다.

특히 헌재는 수도 결정에 핵심 요소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와 행정을 통할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소재지로 꼽았다. 헌법상 한 나라의 수도가 되려면 반드시 국회와 대통령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이 확장된다고 해서 국회와 대통령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헌법상 수도의 개념에서 국회와 대통령실 소재지가 중요해진 만큼 주요 권력기관의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지역 내로 수도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이종수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2004년 헌재 결정 당시 논문을 통해 '헌법상 수도에서의 공간적 개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헌법 이론상 주요한 헌법기관 소재지가 헌법적 사항으로서 문제시된다면, 이는 통치 질서의 체계 정당성 원리, 대의제도 및 권력분립 원리와 관련해서일 것"이라며 "주요 권력기관들은 권력분립 원리에 따라서 타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할 헌법상 과제가 주어져 있고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기관 간에 적어도 상호 견제 내지, 통제 가능한 '지리적 인접성'이 요구된다"며 "이로써 주요 권력기관들의 '공간적 집중성'이 헌법상 요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주요한 헌법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소재한 공간적 개념으로서의 수도 개념이 중요한 헌법적 사항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 역시 "헌법상 수도 결정 요건에서 국회와 대통령실의 소재지가 중심이 된다면 그 중심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상당한 거리에 있는 지역까지 수도의 기능이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메가 서울' 법률로 추진시 '위헌' 위험성 내포

헌재가 수도서울을 관습헌법으로 인정하는 기준으로 △조선시대 600여년간 국가 생활에 있어 전통·계속 형성된 관행(계속성)이고 △이 관행이 중간에 깨지지 않고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됐으며(향상성) △우리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가 없을 것(명료성)이고 △이는 이미 오랜 세월 간 굳어져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합의를 얻은 것(국민적 합의)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지난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김포 등 서울 근접 중소도시를 서울 편입하는데 대해 국민 10명 6명이 반대하는 것(58.6%)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한다'는 31.5%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0%를 차지했다.

이같은 위 설문조사를 놓고 보면 메가 서울 구상은 관습헌법상 '명료성'과 '국민적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확장되더라도 수도라는 오랜 정체성을 지우진 못하겠지만 새로 편입될 김포 등 경기 일부 지역이 수도라는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편입 과정에는 해당 지역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 절차가 수반되는데 서울이 아닌 수도에 방점을 두고 보면 지역 주민투표가 아닌 국민투표 사안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과 접경한 김포의 경우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서울 편입 시 수도가 북한의 전방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 72조상 국방·통일 및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은 국민투표 대상이다. 이같이 중대한 국가 안보를 외면하고 주민투표를 했다가는 또다른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행정구역상 서울과 우리나라 수도를 구분해서 바라본다면 서울 확장은 행정구역 개편이란 법률적 사안"이라며 "반면 수도 확장은 헌법적 사항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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