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불기소처분, 法 재정신청 인용…10일 첫 재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사귄 지 4일 만에 성관계에 이른 연인. 여성은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관계를 허락했다.
그러나 남성은 콘돔 미착용 상태에서 관계를 시작했고 여성의 경고에도 행위를 지속했다. 여성이 저항하자 남성은 이를 제압한 뒤 관계를 강제했다. 결국 여성은 남성을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피임도구 사용'을 전제로 한 연인간 성관계에서 남성이 피임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강간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10일 <뉴스1>이 입수한 공소장 등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협박·폭력이 수반돼야 하는데 검찰은 관계 시작 후 여성의 저항을 제압한 남성의 행동을 폭력이 아니라고 봤다. "관계 행위에서 동반되는 신체적인 압력"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여성이 성관계 자체에 동의한 가운데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에 (남성이)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했다.
법원은 "강간죄에서 폭행이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5월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형사30부(부장판사 강민구 최현종 강효원)는 "강간죄 폭행이 피해자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의 내용·정도는 물론 유형력의 행사 경위, 피해자와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이 공소 제기를 결정함에 따라 검찰은 남성을 불구속 기소해 6월9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의 첫 재판은 10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