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아파트에 294만명인데"… 과열청약에 기름 부은 8·8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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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8. 오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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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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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 규제 완화… 시세 7억~8억원대 빌라도 무주택 자격 인정
업계 전문가 "정책 실수요자 상황 고려한 제도 개정 필요" 목소리
8·8부동산대책으로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돼 청약 시장의 '병목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최근 경쟁률이 300만대1에 육박하는 '로또 청약'이 나오고 시세보다 저렴한 일부 알짜 단지에만 신청자가 몰리는 청약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8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되며 청약 시장 진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자 이 같은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시장 경기 침체로 서울 일반분양 단지에서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자 지난해 2월 무순위 청약자격 요건을 대폭 풀어주는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전까지는 무순위 청약자격 요건이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가구 구성원'이었는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잇달아 두 번 개정한 끝에 '국내 거주 만 19살 이상 성년자'로 대폭 확대됐다. 위축된 주택시장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청약 부부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등 청약자격 요건 범위를 지속해서 넓혔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 이후 최근 잇따라 청약 과열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기 '동탄역 롯데캐슬'에서 나온 미계약 물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공급에 294만4780명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청약 과열 현상 방지를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자격 요건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가점 인플레이션 심화, 청약시장 더욱 과열될 것"


가뜩이나 과열 양상을 보이는 최건의 청약 경쟁률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발표된 8·8부동산대책에 포함된 내용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8·8 부동산대책에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이들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따라 청약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것.

이번 대책으로 청약 시 인정되는 무주택자의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현재까지는 전용면적 60㎡ 이하인 공시가격 수도권 기준 1억6000만원(지방 1억원) 이하의 비아파트 소유자만 무주택자로 인정받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85㎡ 이하인 공시가격 수도권 기준 5억원(지방 3억원) 이하 비아파트까지 기준이 상향된다.
전문가들은 8·8 부동산대책으로 오랫동안 내 집 마련에 애쓰고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도를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반포와 목동, 경기 동탄에서 동시 청약이 진행되며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예상 대기 시간이 256시간까지 늘어났던 모습. /사진=뉴스1
올해 비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0~60%임을 감안하면 시세가 7억~8억원대인 빌라까지도 무주택 자격을 인정받게 된다.

새롭게 청약시장에 유입되는 인구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서울에서 매매된 연립·다세대 4480건 가운데 매매금액이 8억원을 넘는 거래는 단 207건(4.6%)에 불과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빌라 소유자 대부분이 정부 대책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기준을 충족한 비아파트 소유자들의 무주택 기간별 가점은 0점에서 최대 32점(15년 이상 보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규정이 비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려는 수요자뿐 아니라 기존에 비아파트 1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청약 가점을 위해 오랫동안 임차 생활을 유지했던 40·50대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해당 기간까지 무주택을 유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역차별이란 지적.

한 누리꾼은 "결혼한 지 오래됐고 그때는 신혼 특별공급도 없어서 긴 시간 무주택으로 기다렸다"며 "공정을 넘어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줘야 하는데 정말 분통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빌라가 집으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역차별로 인한 피해를 기존 무주택자가 책임져야 하냐?"고 반문했다.

수도권은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새 아파트 선호도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는 청약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우려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요건을 계속 완화하다 보니 청약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최소한의 청약 자격을 둬야 할 것"이라며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청약제도의 기본 취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내 집 마련에 애쓰고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도를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기존 빌라 구매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인데다 정책의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란 목표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며 "정책의 실수요자 상황을 고려해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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