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중 '뇌사 상태' 태국인… 5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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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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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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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중 뇌사 상태에 빠진 태국인 렁통쿰쿨씨가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 여행 중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 태국 방콕 출신 푸리마 렁통쿰쿨씨(35)가 지난 5일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렁통쿰쿨씨의 장기기증 소식을 알렸다. 렁통쿰쿨씨는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 중 지난달 27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렁통쿰쿨씨의 가족은 급히 태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렁통쿰쿨씨가 갑작스럽게 뇌사에 빠지자 가족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가족들은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다는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렁통쿰쿨씨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했고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렁통쿰쿨씨가 다른 생명을 살리며 기적을 베풀고 가길 원한다며 그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소원이었을 것으로 믿고 기증을 결심했다. 또 태국의 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믿기에 떠나는 순간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선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난 렁통쿰쿨씨는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녀는 늘 밝고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유쾌함을 지녔고 힘들고 지친 주변 사람을 포옹해주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방콕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늘 열심히 노력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자주 즐겼으며 고양이와 함께 놀고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렁통쿰쿨씨의 어머니는 "푸리마 너는 우리 삶에서 늘 최고였고 너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먼 길을 왔어. 이제 편히 쉴 시간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 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널 생각하고 사랑할게"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한국에 여행을 와서 잠시 인연을 맺은 렁통쿰쿨씨가 우리에게 나누어 준 것은 5명의 새로운 생명뿐만이 아니다"라며 "나와 관계없던 타지의 사람들이라도 소중한 생명이기에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알려준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해외 국적 뇌사자장기기증자는 2019년 7명, 2020년 8명, 2021년 7명, 2022년 7명, 2023년 7명이었다. 올해는 현재 기준 4명으로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약 1.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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