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전국 누계 2만명에 육박한 피해자가 확인된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자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공식 사과했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제 말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제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고 (전세계약서)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고 고개 숙였다.
박 장관의 발언은 찬·반 논란이 팽팽한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관련 의견과도 거리가 멀었다. 앞길이 막막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울분에 기름을 부은 발언이었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박 장관은 사과 발언에 다소 아쉬운 마음까지 담았다.
'덜렁덜렁 전세계약' 발언은 전세사기 피해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돌린 큰 실수였다. 누구도 전세사기 피해로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약 과정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회 제도의 허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박 장관의 뒤늦은 사과도 피해자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대책위에 따르면 임대인 최모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총 94명이다. 피해 주장 금액은 100억원대다. 이들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더미에 앉게 됐다. 피해 회복도 막막한 실정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정부는 국회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정쟁만을 하고 있다.
사회 제도의 결함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에게 주무부처 장관이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한 발언을 넘어 정쟁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다.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입자의 주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