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파크포레온에 들어간 신혼부부는 20년 후 그 집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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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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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신혼부부 대상 최소 10년 간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2를 오늘(10일) 내놨습니다. 처음 나온 주택이 둔촌주공으로 알려진 '올림픽파크포레온'입니다.
 
조건이 파격적입니다. 아이 있는 신혼부부라면 전용면적 59㎡에, 최장 20년 살 수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 주변 59㎡ 전셋값이 8억원인데 4억2천만원에 들어갈 수 있답니다. 맞벌이 소득이 월 1000만원에 가까워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에 살다가 애 하나를 낳으면 최장 10년을 더해 20년 동안 전세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다 애를 하나 더 낳으면 이 집을 우선 살 수 있는 권리까지 주는데 거기에 시세보다 10% 깎아준다고 합니다. 애가 셋 이상이면 시세보다 20%나 깎아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년 후 이 집을 사고 싶다면 과연 얼마나 내 돈이 필요할까요?
 
먼저 이 아파트는 아직 입주 전이라 지금 분양권만 거래됩니다. 전용면적 59㎡가 지난 5월 약 18억원에 팔렸습니다. 애가 하나라면 여기서 10%인 1억8천만원이 낮아집니다. 애가 둘이면 20%인 3억6천만원을 뺀 14억4천만원만 있으면 이 집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계산은 서울 아파트값이 20년 간 한푼도 오르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앞서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판교 등에서 문제가 됐던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 아파트입니다. 저렴하게 전세로 살다가 10년 후 시세보다 약간 낮게 분양 받을 수 있던 아파트였습니다. 10년이란 기간만 다를 뿐 지금의 '서울 장기전세2'와 같은 방식입니다.

2019년 분양을 앞두고 당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입주민 다수가 분양가격을 낼 사정이 못됐습니다. 입주민들이 "분양가격을 깎아달라"고 반발했습니다. 당시 기사에서 한 입주민은 "아파트값이 이렇게 많이 오를 줄 몰라 많은 돈을 안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10년 간 시세보다 싸게 전세로 살다가 분양 자격까지 먼저 줬는데 그 가격마저 깎아달라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입주민 일부는 살던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같은 일이 '서울 장기전세2'의 신혼부부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당첨이 되면 '희극'이지만 20년 후 집을 사고 싶을 땐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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