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없다’가 다수라… 소수위원 입장 바꿔
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69억에서 34억으로 낮아져
이 기사는 2025년 1월 9일 8시 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린 게 맞는다는 결론이 나기까지 5개월이 걸렸는데, 회사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내에서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 탓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징계 확정안이 수 차례 밀렸다. 증선위는 회계 조작 혐의를 받는 회사에 대해 양형을 결정하는 기구다. 여러 번의 회의 끝에 고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중과실’, 즉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러 회계를 조작한 건 아니지만 중대한 실수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위원 4명 중 3명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과대계상하긴 했지만 고의는 아니라고 봤다. 나머지 1명만 카카오모빌리티에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의인지, 아니면 단순 실수인 과실인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같은 회사의 회계 조작 동기는 증선위 논의의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안이 증선위에 부의된 건 지난해 6월이었으나, 동기를 두고 위원 간 의견이 갈리면서 같은 해 11월에야 결과가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에 고의성이 있다며 소수 의견을 낸 위원이 막판에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다수 의견으로 돌아서면서다.
덕분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한숨을 돌렸다. 징계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동기는 고의·중과실·과실 중 고의며, 중요도는 1~5단계 중 1단계라고 판단했다. 동기와 중요도 모두 최고 단계였다. 하지만 그 상위 기관인 증선위가 중과실로 낮췄다. 덕분에 회사 과징금은 69억2520만원에서 34억6260만원으로 절반 깎였고, 류긍선카카오모빌리티 대표에 대한 과징금도 6억9250만원에서 3억4620만원으로 낮아졌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가맹 사업을 하면서 매출을 뻥튀기했다는 혐의를 받고 증선위에 올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에서 비용을 뺀 순액으로 매출을 인식해야 하나, 총액을 그대로 매출로 잡았다. 이 방식으로 부풀려진 매출은 2023년에만 4000억원이다. 금감원의 지적에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2023년의 재무제표를 모두 고쳤다.
증선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동기를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판단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계약 관계가 복잡해 순액법으로 매출을 계산해야 한다는 인지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끼고 운수 회사와 가맹을 맺어 운임의 20%를 받고 자회사를 통해 택시의 운행 데이터와 마케팅 활동 참여비를 대가로 16~17%를 돌려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임과 데이터·마케팅은 각각의 계약이라 전자는 매출로, 후자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총액법으로 회계를 처리해 왔다.
두 번째 이유는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도 총액법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을 처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과 공모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하기 전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해도, 공모가를 결정하는 데엔 매출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배수의 설정도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조작 혐의가 검찰로도 넘어간 만큼 증선위는 수사 기관에서 고의성이 밝혀지면 사안을 재심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자료도 검찰에 송부했다. 하지만 재심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워낙 이슈였던 만큼 증선위가 (재심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라며 “다만 재심의 가망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