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커녕 돈 주며 고위험 투자 권유… 증권사가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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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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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고수익 유혹’, 증권사는 ‘수수료 장사’
해외 선물·옵션 투자하는 ‘서학 파생개미’ 열풍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파생상품(선물·옵션)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고수익 유혹에, 증권사는 진입장벽이 높아진 국내 파생상품 대신 규제가 없고 수수료 수익이 높은 해외 파생상품을 권유하면서 위험한 투자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8조달러에 미치지 않았던 전년보다 거래 규모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증권 등 기관투자자보다 개인의 거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7조달러로 전년보다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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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파생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손실 규모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데다 구조가 복잡하고 변동성이 크다”며 “전문성이 낮은 개인 투자자는 파생상품 투자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위험도가 높아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투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주식거래 계좌와 별도로 해외 선물옵션 전용 거래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는 일반 주식 거래보다 훨씬 높아서다.

증권사들은 일정 기간 수수료를 낮추거나 아예 면제해 고객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계좌를 처음 개설하거나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외화를 지급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주식옵션 거래가 많은 고객에게 최대 100달러를 선착순 지급하고,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기존 계약당 7.5달러에서 0.89달러로 대폭 낮췄다. 원래는 이용료를 내고 확인할 수 있는 시세확인도 3개월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 역시 비슷한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나선 이유는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익원이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시작될 때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인하에 나섰는데, 이후로도 수수료를 완전히 정상화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쏠쏠한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국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투자 성향에 따라 일정 시간 금융투자협회의 사전교육을 이수하고 모의거래를 반드시 해야 하지만,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할 땐 이런 장치도 없다.

증권사들은 해외 파생상품의 위험성보다 투자 장점을 부각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키움증권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열람한 안내서를 보면 선물은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뿐 아니라 하락할 때도 투자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주목도가 낮은 위치와 방법으로 고지돼 있다.

지난해 처음 미국 ‘나스닥 100 E-mini’ 선물 상품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A씨는 “주변에서는 선물옵션 투자는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증권사 앱에서는 이벤트를 알리는 팝업창이 많이 떠서 투자를 권유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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