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무관세 시대 성큼… 다각화·고급화로 수비 나선 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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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7. 오전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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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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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수입 우유 관세 0%
무관세 시대 대비책 고삐 죄는 유업계
흰 우유만 팔던 시대 벗어나
어른이 즐기는 다양한 유제품 내놔
소화 잘되는 우유 등 고급화도 추진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 교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우유 조합원의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전 라인을 A2 우유로 전환할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을 보유한 젖소에서 얻은 우유로 소화가 잘된다. /서울우유 제공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유업계의 발걸음이 더 바빠지고 있다.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과 유럽의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할 시간은 불과 1년뿐이다. 유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 사업 다각화와 고급화가 핵심이다.

7일 유업계에 따르면 우유 시장 완전 개방 1년을 앞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흰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의 가격 경쟁은 사실상 포기하고 고급화 전략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우유 생산자, 유업계의 상황을 두루 고민했을 때 당장 원윳값을 대폭 낮추기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윳값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동결됐다. 하지만 국내 흰 우유 가격은 다른 나라 대비 여전히 비싼 편이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우유(1ℓ 기준) 가격은 2.12달러로 전 세계 6위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13위·1.89달러)나 일본(43위·1.41달러), 미국(73위·1.06달러) 등 주요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이는 흰 우유의 원자재인 원윳값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다. 소가 먹는 사룟값이 문제다.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원윳값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료비는 원유 생산비에서 5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유 고급화에 시동을 거는 대표적인 곳은 서울우유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우유로 꼽히는 ‘A2 우유’로 생산 우유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을 보유한 젖소에서 얻은 우유로 소화가 쉬운 우유다.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로 높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우유 조합원의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전 라인을 A2 우유로 전환할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살길을 마련하고 있다. 식물성 음료로 불리는 아몬드브리즈·어메이징오트·매일두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성인 영양식 ‘셀렉스’ 등 다양한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일유업의 전체 매출 대비 유가공 부분의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22년 62.04%에서 2023년 61.52%로 0.52%포인트가량 줄었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는 60.7%를 기록했다.

한앤컴퍼니 품에 안긴 남양유업도 마찬가지다. 작년 3분기 흑자전환을 기록한 남양유업은 내실을 다지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단백질 음료 등으로 무관세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이너케어’나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이 대표적이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와 고급화 등 유업계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대체유로 가거나 원유를 다양하게 가공하려는 시도 등의 방향성은 맞다”면서 “성인들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유제품 및 품질 좋은 상품으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했다.

유업계 관계자도 “가격으로 경쟁에 나서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생존할 수 있다”면서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가공유 등 소비자 필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살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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