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 업체들은 유럽,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육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천무 발사체 72대·유도미사일), 루마니아(K9 자주포 54문)에서 각각 수주 소식을 알렸다. LIG넥스원은 이라크에 천궁-Ⅱ 지대공미사일(8개 포대)을, 현대로템은 페루에 차륜형장갑차(30대)를 처음 수출했다. 해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 함정(4척)을 수출했고, 공중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이라크에 수리온 헬기(2대)를 처음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총계약 규모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95억달러(약 13조9400억원)로 잠정 집계돼 연초 목표였던 최대 200억달러(약 29조3460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방산 수출 규모가 100억달러 미만인 것은 협상 연장 등으로 이월되는 수출사업(약 94억달러 규모)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은 올해 체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8월 K2 전차 180대를 수입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현대로템, 방위사업청 등과 체결했다. 이후 성능 개량형 모델인 K2PL(K2 Poland)을 포함해 현지 생산 조건이 달린 2차 도입 계약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규모는 1차와 동일한 180대로 알려졌다.
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현지 협력사인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가 공장 개조, 생산 라인 구축, 직원 교육 등에 발생하는 비용을 이유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폴란드 군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현지 업체와 군 간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현지 이해관계자들 간 협상이 마무리되면 계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올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FA-50 추가 수출 계약 체결을 타진하고 있다. KAI는 지난 2014년 필리핀에 FA-50 12대를 수출했고, 지난해에는 이 기체들을 유지·보수하는 성과 기반 군수지원(PBL·Performance Based Logistics) 계약을 따냈다. 국방력 현대화를 추진 중인 필리핀 정부는 FA-50 12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초 FA-50 18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동일한 규모의 2차 도입 계약도 추진 중이다. 이밖에 KAI는 지난해 11월 한·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페루에 FA-50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을 함께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도와 K9 자주포 추가 수출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7년 인도 엔지니어링 업체 라센앤드투브로(L&T·Larsen&Toubro)와 현지 생산이 포함된 조건으로 K9 100문을 수출한 이력이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100문을 추가 도입하기 위해 관련 예산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인도 K9 자주포 공급과 관련한 구체적 조건은 고객(L&T)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천궁-Ⅱ 지대공미사일 추가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22년 11월 사우디에 천궁-Ⅱ 10개 포대를 수출하는 4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 내용이 지난해 2월 공개된 바 있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넓은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10개 포대 이상의 추가 물량 발주가 이뤄질 수 있고 다른 중동 국가들도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방사청 관계자는 “올해는 이월된 사업 등을 포함해 K2 전차, 잠수함, 천무, 방공무기, FA-50, KT-1,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2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범정부적 지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