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비용 절감 위해 맞춤형 AI 칩 선호
높은 TPU 수요에 구글 클라우드 실적 탄탄대로
7구글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엔비디아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73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구글의 AI 칩 TPU(Tensor Processing Unit·텐서 프로세서 유닛)의 올해 매출은 60억~90억달러(약 8조8000억~13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TPU는 구글이 AI 구동을 위해 자체 설계한 맞춤형 칩(기계 학습과 추론을 위해 특화된 칩)이다. 엔비디아의 AI 칩 매출이 800억달러(약 117조7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옴디아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AI 칩을 대체하는 구글 AI 칩의 시장 수요가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알렉산더 해로웰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구글 TPU 수요는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빼앗을 만큼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TPU 출하량 매출이 예상 최저치인 60억달러에 그치더라도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칩 시장 점유율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구글 AI 칩의 높은 수요는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은 엔비디아의 GPU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은 맞춤형 AI 칩(ASIC)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간 AI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 AI 칩을 대량으로 구매해 온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의 높은 운영 비용을 두고 ‘엔비디아 세금(tax)’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빅테크들은 자체 AI 칩을 개발하거나 대체제를 찾게된 것이다.
애플 역시 AI 모델 학습에 엔비디아 칩이 아닌 구글 칩을 사용했다. 애플은 지난 7월 공개한 논문에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을 구글 TPU 클러스터에서 학습시켰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따라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주도하는 맞춤형 AI 칩 시장 성장률이 GPU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맞춤형 AI 칩 시장 규모는 올해 1200억달러(약 176조5000억원)에서 2027년 3000억달러(약 441조2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구글 TPU 수요에 힘입어 이를 담당하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3분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14억달러(약 16조7000억원)에 달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전체 매출(883억달러)의 약 13% 수준으로, 이 비중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같은 기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27% 급증한 19억38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로, 영업이익률은 17%를 기록했다. 해로웰 수석연구원은 “TPU를 활용한 초고속 데이터처리 서비스와 AI 제품이 구글 클라우드 성장의 주요인”이라며 “특히 TPU 기반 초고속 데이터처리 서비스는 수익성이 높아 향후 구글 클라우드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