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을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고, 이후 전남도당에 마련된 상황본부로 이동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8시50분쯤 무안공항에 도착해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 대표가 “뭐가 필요한지 말씀해달라”고 하자, 한 유가족은 “신원확인이 너무 느리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수첩을 꺼내 펜으로 받아 적었다. 이 대표는 흐느끼는 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유가족 임시 대표 박한신씨와 면담한 뒤 현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회의를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남·광주 민주당 의원들이 교대로 피해자 가족들과 상담하며 지원하는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항에 있는 유가족들은 신원 확인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사망자 179명 중 현재 88명의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조 대변인은 “최대한 신속하게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피해자 가족 커뮤니티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족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정부, 제주항공 측과 협의를 빠르게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어느 정도 구축이 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 대표와 면담 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맹성규 의원과 야당 간사 문진석 의원이 유가족과 정부·제주항공·한국공항공사 측의 가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이 주로 탑승했는데, 희생자는 전남 주민보다 광주 주민이 더 많다고 한다. 강 시장은 회의에서 유가족에 대한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광주·전남 변호사회가 피해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로 협의됐다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피해자 가족 단체가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법률적 조언을 받아야 (제주항공 측과) 깔끔하게 쟁점을 빨리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오전 광주광역시는 5·18민주광장에, 전남도는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합동분향소를 만든다. 민주당은 30일 오전 현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합동분향소로 이동해 당 지도부가 조문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8분쯤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 - 부치 & 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 윤 & 한’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1969년 개봉한 영화로, 미국 서부에서 은행강도단을 이끌었던 부치와 선댄스가 볼리비아로 도망간 내용을 다룬 영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일선 지휘관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된 게시물로 추측된다.
다만 이 대표는 곧바로 이 글을 삭제했다. 한 시간 전쯤 전남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글이라는 댓글이 달린 영향으로 보인다. 이후 이 대표는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라며 “국회와 민주당도 사고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며 사고 관련 글을 올렸다. 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사고 발생과 글 게시) 시차의 문제”라며 “그것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해석) 하는 것은 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