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브라질 리우 예수상이 분쟁에 휘말린 이유

입력
기사원문
김송이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대교구, 예수상 관리권 이양 요구
관련 법 상원 통과 후 하원서 검토
정부, “국립공원 생태계 훼손” 우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위치한 높이 38m의 거대한 예수상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매년 4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이 예수상이 최근 브라질 정부와 종교계 간 갈등의 중심에 섰다. 예수상 건립을 주도했던 리우데자네이루 대교구가 브라질 정부에 관리권 이양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A drone view shows the statue of Christ the Redeemer during sunrise in Rio de Janeiro, Brazil, May 17, 2024. REUTERS/Ricardo Moraes


25일(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정부가 예수상이 위치한 토지의 관리권을 리우데자네이루 대교구에 이관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티주카 국립공원에서 예수상과 주변 지역을 분리해 대교구가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을 만들도록 제안한다. 법안에 따라 대교구는 독립 구역의 관리권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통해 필요한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입장료 수익도 직접 얻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예수상의 운영권은 연방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예수상과 그 주변 지역의 인프라를 유지·관리하고 입장료 수익 일부를 교회에 지급해왔다. 지난해 교회에 지급된 수익은 약 178만 달러(약 26억 원)다. 대교구는 일반 방문객의 관람 시간 동안 예수상과 부속 예배당에서 미사, 세례, 결혼식 등 종교 의식을 진행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예수상 운영권 이관 논의는 연방정부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 법안을 발의한 카를로스 포르티뉴 상원의원은 “브라질에서 가장 국제적으로 알려진 예수상이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안이 발의된 지난 10월, 예수상 인근 에스컬레이터와 화장실, 식수대 등 주요 인프라 시설 일부가 수개월간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지지자들은 예수상 주변의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예수상의 랜드마크로서의 명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우데자네이루 대교구는 인프라 리모델링을 통해 방문객의 경험을 개선하고 예수상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예수상의 역사적 상징성과 티주카 국립공원의 보존 가치를 근거로 관리권 이양에 반대하고 있다. 티주카 국립공원은 지난 1861년 식민지 시절의 커피 농장 운영으로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조성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재조림 프로젝트 중 하나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보다 10여 년 앞서 조성됐다.

이 공원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현재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1619종의 식물과 328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티주카 국립공원 운영 주체인 치코 멘데스 연구소(ICMBio)의 마우로 피레스 소장은 “티주카 국립공원은 단순히 예수상의 배경이 아니라 지역 야생동물을 보존하고 리우데자네이루의 기후와 수자원을 조절하는 핵심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관리권 이양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피레스 소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예수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브라질 전역의 보존 지역 통합성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며, 국립공원의 일부를 종교 기관이 관리하게 될 경우 다른 보존 지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브라질 헌법은 종교 기관에 대한 정부의 특혜를 금지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예수상의 관리권이 누구에게 넘어갈지는 하원의 결정에 따라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기자 프로필

구독자 0
응원수 0

무뎌지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