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공사비만 낮고 차별성 없어”
24일 용산서 각 홍보관 개관
“삼성물산이 제안한 원형 아파트 전국에서 보신 적 있으세요? 안 좋은 설계니까 이런 아파트를 그동안 짓지 않았던 겁니다.” (현대건설 관계자 A씨)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69번지에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지은 ‘디에이치 한강’ 홍보관에서 현대건설 관계자 A씨는 한남4구역 조합원 20여명에게 이같이 말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사업비가 1조6000억원에 달해 서울 강북권 알짜 재개발사업지로 꼽힌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원을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22층, 51개동, 2331가구 규모 새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이날 오전 10시에 문을 연 자사 홍보관에서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설계 차별화 ▲분담금 최소화 ▲약속 이행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에이치 한강 단지 외관에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철학을 반영해 곡선형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 A씨는 “시공사들이 원가가 높아 잘 사용하지 않는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단지 곳곳에 넣어 곡선형 디자인을 살렸다”며 “현대건설을 선택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최소 1억9500만원 줄어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자사가 제안한 디에이치 한강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경쟁사인 삼성물산의 제안에 대한 단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A씨는 “현대건설은 단지를 29개동으로 배치하면서 삼성물산(35개동) 대비 6개동 적기 때문에 조경 면적도 넓고 쾌적성도 우수하다”면서도 “판상형 아파트 구조로 설계하고 모든 가구의 거실을 맞통풍, 남서‧남동향 구조로 배치한 현대건설과 달리 삼성물산의 원형 구조 동은 맞통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원형 아파트는 각 165㎡(50평)대로 총 280가구 밖에 들어갈 수 없는 데다 절반이 북향”이라며 “창 하나만 햇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뒤는 복도라 맞통풍이 불가능하고, 한 층에 6가구가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3대뿐”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 대비 조경 공사비를 더 많이 투입한 점도 부각시켰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1600여가구 한강 조망 가능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공사 기간 역시 현대건설이 철거 6개월을 포함해 49개월로, 삼성물산(철거 9개월 포함 57개월)보다 8개월 이상 짧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공지능(AI) 분석 전문 기업인 텐일레븐과 각 단지 층별로 바라본 한강 조망 가구수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의 한강 조망 가구 수는 849가구”라면서도 “삼성물산의 설계 도서를 대입해봤더니 650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주장하는 한강 조망 가능 가구 수 1650여가구는 허위”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확정금리를 제시해 삼성물산에 비해 215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어 조합원당 18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도 현대건설에 이어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158 명보빌딩 5~6층에서 한남4구역 조합원 20여명을 대상으로 자사가 제안한 ‘글로우 한강’ 홍보관의 문을 열었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글로우 한강을 한강 조망이 최대한 가능하도록 설계한 점을 강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 B씨는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아파트 프리미엄은 차이가 매우 크다”며 “현대건설보다 삼성물산이 2배 이상 한강 조망 가구 수가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자사 홍보관에서 삼성물산 제안을 비판하는 데 70%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다고 들었는데 현대건설의 제안 조건이 삼성물산보다 좋은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며 “삼성물산의 글로우 한강은 시뮬레이션 결과 거실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가구 수가 800가구가 넘는다”고 했다.
삼성물산도 현대건설 제안의 단점을 낱낱이 짚으며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삼성물산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삼성물산의 공사비가 3.3㎡당 938만원으로 현대건설(881만원)보다 높은 것은 ▲물가변동 공사비 인상분 선반영 ▲일반분양 발코니 확장공사비 반영 ▲내진 특등급 ▲층간소음 방지 ▲일반쓰레기 이송설비 등 960억원 규모 특화 설계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현대건설 설계의 문제점은 한 층당 6가구를 넣는 조합으로 구성하면서 통풍이 안되는 타워형태의 평면들이 매우 많아 좁고 답답하다는 것”이라며 “현대건설은 단지 동 개수를 29동으로 줄여 동간 거리가 여유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건폐율이 삼성물산보다 높다”고 말했다.
사업비 금융 조달 조건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현대건설보다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필수 사업비뿐 아니라 사업 촉진비에도 CD 금리 0.78%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필수 사업비에 대해서만 CD 금리 0.1%를 적용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추가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삼성물산은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 수익도 늘리고 일반 분양 면적도 확대했다”며 “한남4구역이 원하는 차별화한 설계를 위해 공사비를 올리더라도 한남4구역에만 특별하게 적용하는 상품을 제안해야 하는데 현대건설은 공사비만 낮춘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강조하는 필수 사업비 조달 조건 CD금리 0.1%에 HUG 보증 수수료가 붙으면 CD금리 0.67%로 바뀌는 데다 HUG 보증을 받는 순간 사업 촉진비 대출이 안 나온다”며 “필수 사업비를 빌려가는 기간은 짧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감당하는 금융 비용은 몇 푼 되지 않고, 사업 촉진비는 사업기간 내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사업비와 사업 촉진비를 전부 합친 금융 조건으로는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에 비해 1100억원 이상 저렴하다”고 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 23일 열린 1차 합동설명회를 시작으로 4차례에 걸친 설명회를 가진 뒤 내년 1월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통해 한남4구역의 최종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양사가 이달 24일부터 문을 연 홍보관은 내년 1월 17일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양사는 하루 평균 4회, 1시간씩 설명하는 방식으로 회당 조합원 30~60여명을 예약제로 초대해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