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달 지연 아동 보험금 부당 수급한 남매 1심서 유죄… 사무장 병원 직접 개설·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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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4. 오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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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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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소아과 의사 4명 ‘사무장 병원’ 가담
건강보험 27억 부당하게 받은 혐의
보험회사도 17억 가량 피해


일러스트=DALL·E 제작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혐의로 기소된 남매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소아과 전문의까지 동원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보험금 부당 청구로 유죄가 나온 첫 사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재판장 신헌기 부장판사)는 의료법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비의료인 A씨와 그의 남동생 B씨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무장 병원 개설에 가담한 소아과 전문의 4명에게도 각각 벌금형과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부터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설 언어치료 센터를 운영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이 보험회사의 실비 보험에 가입한 뒤 진료비를 청구해 일부를 돌려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소아과 전문의 C씨에게 병원을 개설하자고 제안했다. C씨는 매월 7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산에 A씨와 함께 사무장 병원을 개설했다. 이후 A씨는 동생 B씨와 다른 소아과 전문의 3명을 끌어들여 사무장 병원을 추가로 열었다.

이 병원에서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진단은 의사가 아니라 A씨가 도맡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료 행위도 의사의 지시 없이 A씨나 다른 언어재활사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의사들은 소아과 진료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에선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단을 하거나, 의사의 지시 없이 비의료인이 진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정상적인 발달지연 진단과 치료가 이뤄졌다고 병원 명의로 보험금 청구용 서류를 발급해줬다.

이 병원에 다녔던 보호자는 이 사정을 모른 채 병원에서 받은 서류로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KB 손해보험, 현대해상 화재보험 등 보험회사 13개가 지급한 보험금은 17억원가량에 달했다. A씨 등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환자들에 대한 요양·의료급여 등을 청구해 약 27억원을 부당 지급받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들이 직접 초진했지만 실질적인 검사와 상담은 A씨나 다른 언어재활사가 했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이 언어치료실에서 환자들과 인사 정도 나눴을 뿐 언어재활사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보험사기는 의료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그 폐해가 크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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