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과 달리... 매일 장내서 지분 모으는 HD현대 정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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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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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꾸준히 47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증여·배당 등으로 재원 마련한 듯
회사는 “책임 경영”이라지만 시장은 “경영 승계 목적”

방산업계 최대 라이벌인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과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이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족회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키우는 김 부회장과 달리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정 부회장은 맨몸으로 HD현대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 5월부터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약 472억원에 달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7일 경기 성남시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함정기술연구소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2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사실상 매 영업일 HD현대 주식을 적게는 700주부터 많게는 2만9148주까지 매입했다. 이렇게 약 세 달 동안 정 부회장이 사들인 HD현대 주식 수는 총 68만2500주에 달한다. 1주당 평균 취득 단가는 6만9427원으로, 이날 종가(8만500원) 기준 정 부회장의 수익률은 15.65%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6.12%로, 0.86%포인트 높아졌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장내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내 매입은 아니지만 2018년 3월 HD현대 83만1000주를 KCC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사들인 적은 있다. 2022년 3월 정 부회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오너 3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다만 아직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26.60%)에는 크게 못 미쳐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이 이를 위해 최근 3개월간 자사주 매입에 쓴 자금은 약 472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재원은 어디서 났을까. 취득에 필요한 자금 등의 조성 내용을 보면 모두 정 부회장의 자기 자금으로 기재돼 있다. 취득 자금의 조성 경위와 원천으로는 증여에 따른 보유 자금으로 기재돼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18년 부친인 정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3040억원과 대출금 500억원을 활용해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3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추가 증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HD현대 주식 35만주를 공탁했다. 공탁 당일 기준(종가 7만200원) 총 245억7000만원 규모로, 세금 연부연납을 위한 담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기재됐다. 국세징수법에 따르면 납세 담보는 세액의 120% 이상을 제공해야 하기에 단순 계산 시 정 부회장이 내야 할 세금은 약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고액의 세금은 증여세 항목에 해당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다른 정 부회장의 자금 원천으론 배당금이 있다. HD현대는 상장 당시 배당 성향 70% 이상을 약속하는 등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지난해 2분기부터 주당 900원의 분기 배당을 도입했고, 연간 기준 주당 3700원을 지급했다. 올해 1분기에도 주당 900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앞으로 배당금 확대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 호황과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확대로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호실적이 전망되면서다.

정 부회장과 달리 1년 차이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 지분을 보유한 삼 형제의 개인회사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 한화에너지는 이날까지 총 1800억원을 투입해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8.0%(600만주)를 공개 매수했다. 공개 매수 단가는 이날 종가 대비 1.01% 높은 수준인 3만원이다. 공개 매수가 성사되면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율은 9.70%에서 17.71%로 높아진다. 이들 회사 모두 지분 매입과 공개 매수 배경에 대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너 3세의 승계와 연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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