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코스닥 상장 종목 57개도 신저가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 종목 5개 중 1개가 상장 이래 최저가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가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 더해, 대형주(株) 쏠림이 심화하고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시장 이민까지 겹치면서 코스닥 기업 주가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7월 23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스팩·거래정지 종목 제외) 2475개 가운데 384개가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최저가 종목이 쏟아졌다. 코스닥시장 종목 1576개 중 319개가 올 들어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의 20.2%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역대 최고가를 쓴 종목 수(157개·10%)의 2배가 넘었다.
코스닥시장 종목들이 무더기로 역대 최저가를 찍은 일차적 원인으론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이 꼽힌다. 성장주 비중이 큰 특성상 코스닥 기업은 금리에 더 민감하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한 종목(434개)보다 하락한 종목(1129개)이 2.6배가량 많다. 코스닥지수도 5% 넘게 내렸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형 종목이 소외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올해 신저가를 찍은 종목 319개 가운데 228개(71.5%)가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이다. 이 정도 시총을 가진 기업이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50%)보다 크다. 반대로 사상 최고가를 쓴 종목 157개 중 144개가 1000억원을 웃돌았다. 알테오젠, 삼천당제약, 엔켐, 리노공업, 클래시스, 리가켐바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올해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른바 ‘뻥튀기 상장’도 주가가 내려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들어 최저가를 기록한 코스닥 종목 320개 중 56개(17.5%)가 최근 1년 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이후 하락하면서 최저가를 기록하는 일이 반복됐다.
자동차 부품기업 삼현은 지난 3월 상장일에 공모가(3만원)의 2배가 넘는 6만9400원까지 주가가 뛰었으나,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장 중 2만2350원까지 밀리면서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파두, 제일엠앤에스, 그리드위즈, 이노스페이스 등도 최근 1년 안에 상장한 뒤 현재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부진한 성적표에 그간 코스닥시장을 떠받쳐 온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약해졌다. 올해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총 6조906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2019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2020년부터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줄지어 이전 상장한 데다가 수익률도 전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물면서 개인 투자자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955개 종목(스팩·거래정지 종목 제외) 중 87개(9.1%)가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차전지 LG에너지솔루션 ▲편의점 등 판매 GS리테일, BGF리테일, 이마트 ▲건설 태영건설, 금호건설 ▲철강 넥스틸, 만호제강처럼 업황 부진과 맞물린 종목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