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일식당·명품 의류...美 검찰, 30쪽 넘는 수미 테리 공소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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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30. 오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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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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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이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대북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가운데, 31쪽에 달하는 공소장을 공개했다. 테리 연구원은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를 받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받은 일종의 뇌물 내역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주고 받은 문자 등이 담겨있다. 특히 미국 검찰은 한국 측으로 부터 받은 금품 내역을 비롯해 그가 어떤식으로 접대를 받았는지 사진까지 붙여 적나라하게 담았다.

미 검찰로부터 기소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박사/뉴스1

검찰이 테리 연구원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다. 고가의 금품과 접대를 받고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으며,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FARA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간부의 요청으로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매체에 기고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CIA에서 퇴직하고 5년이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외교관 신분의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공소장엔 이와 관련한 5장의 사진도 담겨있었다. 테리 연구원은 2019년 11월 국정원에서 파견된 워싱턴DC 한국대사관의 공사참사관으로부터 2845달러(약 392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명품 코트와 2950달러(약 407만원) 상당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 핸드백 선물을 받았다.

며칠 뒤엔 매장에서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4100달러(약 566만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코트로 바꿔 갔다. 공소장엔 국정원 간부가 매장에서 가방을 결제하는 모습, 핸드백 구입 후 국정원 간부가 테리 연구원과 함께 매장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담겨있다.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연합뉴스

검찰은 해당 국정원 간부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매장 CCTV 화면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추후 테리 연구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문제의 코트와 명품백도 증거로 확보했다. 또한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간부들과 뉴욕 맨해튼의 한 그리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사진도 증거 사진으로 첨부됐다.

테리 연구원이 미 정부의 비공개회의 관련한 정보를 한국 측에 전했다는 메모 사진까지 등장한다. 그는 2022년 6월 17일쯤 테리 연구원은 미 국무부 건물에서 열린 대북정책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토니 블링컨 장관과 국무부 고위 관계자, 대북 전문가 5명 등이 참석한 이 회의는 비공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회의 직후 국정원 간부의 차량에 탑승했고 이 간부는 그가 적은 2쪽 분량의 메모를 촬영했다고 한다.

테리 연구원은 자신이 재직 중인 기관명이 인쇄된 종이에 내용을 적었고, 미 검찰은 그 내용은 검게 처리한 뒤 메모 사진을 그대로 공소장에 담았다. 카시트와 테리 연구원의 토트백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찍은 모습이다. 미 검찰은 테리 연구원의 언론 기고 활동도 한국 정부의 금품 제공 대가로 봤다.

공소장에는 2023년 1월 국정원 간부가 ‘확장 억지 강화’ 등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추구, 한일관계 등에 관해 테리 연구원에게 설명하고 이후 테리 연구원이 이에 부합하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기소가 미국 문제에 있어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미 법무부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비슷한 사건으로 최근 몇 년간 수십건이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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