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금투세 관련 질문을 받고 “함부로 결정하긴 쉽지 않지만 시기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도이고, 증권거래세를 대체하는 제도라 생각해서 없애버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주식시장이 이렇게 악화한 주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그 피해마저도, 그나마 가끔 오른 것에 대해 세금을 떼면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북한 오물풍선’과 대북확성기 재개 등 안보리스크를 언급한 뒤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정부의 대처는) 아예 망하라고 제사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가지수 떨어진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며 “이런 상태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정말로 맞느냐”라고 했다.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준비 없이 금투세를 시행하면, 투자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매매이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채권 등 250만원)을 넘을 때 22%~27.5%(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2023년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2년을 미뤄 내년 1월 도입될 예정이었다.
종부세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미 민주당 내에선 수도권 ‘한강벨트’(한강에 접한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정책위원회 차원에선 ‘공식 논의가 없었다’며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번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종부세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 낸 측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세수 부족 원인을 ‘감세’로 봤던 민주당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4·10 총선 이후 민주당 일각에선 종부세·금투세 등 세 부담 완화를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을 얻으려면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최근 박찬대(인천 연수갑) 원내대표와 박성준(중·성동을)·고민정(광진을) 의원 등이 ‘종부세 완화’를 거론한 건 지역구 표심과 무관치 않다. 정파를 떠나 세금 이슈에 민감한 지역들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7일 민주당 의원들이 개최한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에서도 “금투세 문제가 투자자를 압박한다” “금투세 시행 시기와 접근 방식을 재검토 해야한다” “소액 주주들이 심리적 불안감으로 무너질 수 있다” “대안없이 금투세를 밀어붙이면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 유예했는데, 정부는 여전히 시행할 준비 자체가 안됐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폐지나 추가 유예를 넘어서 근본적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참여자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