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3세] 한화 김동선의 고민... ‘버거는 잘 나가는데, 갤러리아百 전 점포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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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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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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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멈춘 갤러리아... 명품관 매출도 꺾여
파이브가이즈 등 신사업으로 본업 경쟁력 약화 평가도
주가 답보 상태... “백화점-신사업 투 트랙 성장 도모”

한화갤러리아의 사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신사업으로 선보인 미국 수제 버거 파이브가이즈는 사세를 넓혀가는 반면,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주가도 답보상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전략본부장)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이다.

그래픽=정서희

샤넬 20일 영업 중단에... 매출 꺾인 명품관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1.1%)과 대전 타임월드점(-7.5%), 광교점(-13.8%), 센터시티점(-1.5%), 진주점(-1.8%) 등 전 점포의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연 매출 1조원대의 간판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도 역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 등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유는 있다. 지난 3월 명품관에 입점한 샤넬이 주변 매장이 자사 매장을 가린다는 이유로 20일간 운영을 중단하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백화점 매출은 하루 평균 5000만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명품관의 매출은 전년 대비 64억원가량 줄었다. 갤러리아는 지난해에도 명품관을 비롯한 전 점포의 연간 매출이 줄어든 바 있다.

1990년 개관한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명품관 개념을 도입한 백화점이다. ‘작지만 강한 백화점’이라는 갤러리아의 정체성을 상징해 왔다. 갤러리아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경쟁사에 비해 점포 수가 5개로 적지만, 명품관을 비롯해 대전 타임월드점, 광교점 등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며 ‘4대 백화점’으로 인정받았다.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실적이 후퇴하며 업계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2021년 8.1%였던 갤러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5% 선으로 낮아졌다.

파이브가이즈 순항에도 주가 부양은 역부족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흡수 합병된 지 2년 만인 작년 3월 재분할해 독자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김 부사장이 경영의 키를 잡았다.

김 부사장은 미국에서 태프트스쿨과 다트머스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선수로 활동하며 도하 아시안게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한 후 한화에너지를 거쳐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을 겸직하고 있다. 2019년에는 회사를 떠나 독일과 한국에서 레스토랑과 일식집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백화점 중심이던 한화갤러리아의 사업 구도를 바꿔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출범 1년째를 맞은 미국 수제 버거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국내에서 4개 점포가 글로벌 매출 10위 안에 들었다. 최근에는 미국 본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하반기 일본에 진출해 7년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전역에 20개 이상의 매장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파이브가이즈 국내 출시를 앞두고 홍콩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 현장 실습에 참여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제공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푸드테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에 로봇 파스타 레스토랑 ‘파스타X’를 선보인 데 이어,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하고 경기 성남시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

신사업 키우는 김동선... “투트랙 전략으로 성장”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본업의 성과에 쏠린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지난해 3월 31일(2130원) 유가증권에 재상장한 후 전날(1208원)까지 43%가량 하락했다. 김 부사장이 자사 주식을 여러 차례 매입한 덕에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회사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명품 업계 한 관계자는 “샤넬 영업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의아하다는 평이 많았다”면서 “경쟁사 오너들이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직접 뛰는 것과 달리 (갤러리아는) 백화점 사업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했다

이에 회사 측은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유통 서비스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백화점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백화점 외에 새로운 기회 요인을 발굴해 성장하려는 구상을 가진 만큼, 김 부사장 본연의 임무는 ‘신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화갤러리아는 재분할한 후 ‘넘버원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비전을 내놨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백화점 본업 경쟁력 강화와 파이브가이즈 등 신사업 등 투트랙 전략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백화점의 경우 수도권 지방 점포들을 중심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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