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사위 회사에 무슨 일이?… 공석인 대표 자리에 난데없이 나타난 이차전지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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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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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맏사위의 인공관절 회사
첫 전문 경영인 1년 만에 돌연 사임
새 대표 예정자는 이차전지 전문가

인공관절 제조사 코렌텍이 전문 경영인의 돌연 사임 후 3개월 가까이 경영 공백을 겪고 있다. 코렌텍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사내이사)의 남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이 창업한 회사다.

코렌텍은 선 이사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다가 지난해 전문 경영인을 앉혔다. 그러나 CJ 및 제약 출신 전문 경영인 체제는 올해 4월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새 대표이사 내정자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에서 경력 대부분을 쌓은 이차전지 전문가다. 주력인 인공관절이나 미래 방향인 헬스케어와 별 연관성 없는 분야의 경영인이 올 것이란 관측에 주주 사이에선 술렁임이 감지된다.

코렌텍 창업자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코렌텍

대표이사 3개월째 공석… 새 대표 내정자는 이차전지 전문가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석희 대표가 4월 19일 코렌텍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후 대표이사직은 아직 공석이다. 코렌텍은 2020년부터 선두훈 이사장과 동생인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 선경훈 선치과병원 원장의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말 3형제는 동시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강석희 대표를 영입했다. 형제들은 현재 사내이사로 경영자문 역할만 맡고 있다.

강 대표는 정통 CJ맨이자 제약 분야 전문가다. 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CJ 미디어 대표이사, CJ CGV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대표, CJ ENM 대표이사, CJ 경영지원총괄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CJ헬스케어 대표이사를 맡았다. CJ헬스케어가 한국콜마에 인수된 후 사명을 바꾼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을 2021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후 그해 말 물러났다.

강 대표는 코렌텍 합류 후 우성제약 지분 80% 인수 작업 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임기를 2년 남겨두고 갑자기 떠나버렸다. 현재 김정성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임을 놓고 일각에선 대주주 측과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강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것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선두훈 사내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실무를 함께 보고 있다”고 했다.

새 대표이사로는 구본철 전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법인장이 내정됐다. 코렌텍은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구본철씨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구본철씨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품질센터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했고, 이후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법인장, 자동차전지 품질담당으로 일했다. 대부분 이차전지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렇다고 해서 코렌텍이 이차전지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임시주총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안건은 올라 있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구 후보자를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한 후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로 올릴 계획은 맞는다”며 “다만 새 대표이사의 사업 방향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2024년 7월 8일까지 지난 1년간의 코렌텍 주가 흐름. 7월 8일 종가는 7770원.

3형제 주식 95% 주담대… ”미상환 전환사채가 주가 압박”

코렌텍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였던 선두훈 이사장이 2000년 창업한 회사다. 당시 고관절(엉덩이 관절) 수술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던 선 이사장은 정형외과용 인공관절을 만드는 회사를 직접 차렸다. 지금도 인공고관절과 인공슬관절(무릎관절)이 연매출의 85%(2023년 기준)를 차지한다.

코렌텍이 2013년 3월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한 후엔 최대주주가 선두훈 이사장(당시 10.87%)이었다. 이후 2017년 5월 정성이 고문이 남편 소유 주식 일부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금융감독원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6월 4일 기준 최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의 지분율은 6.59%, 사실상 지배주주로 분류된 선두훈 이사장의 지분율은 4.86%다. 선승훈(4.86%) 선병원 의료원장과 선경훈(5.04%) 선치과병원 원장은 5% 안팎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성이 고문의 동생인 정명이(0.12%) 현대커머셜 사장과 정윤이(0.06%)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별관계자 16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은 24.14%다.

3형제의 지분 합계가 15%에 불과해 지배구조가 위태로운데, 그나마도 자금 사정이 빠듯한 것으로 추정된다. 4월 2일 공시에 따르면, 3형제는 각각 신한투자증권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연장했다. 세 사람은 총 75만2454주를 담보로 잡고 36억 원을 빌렸다. 이 중 선두훈 이사장은 3월 19일 보유 주식의 44%를 담보로 맡기고 15억 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6.25%, 담보유지비율은 170%로 설정됐다.

그러다가 3형제는 시중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탔다. 신한투자증권 대출을 상환하고 5월 20~21일 하나은행과 주식담보대출을 새로 맺은 것이다. 총 110만8775주를 걸고 29억 원을 차입했다. 세 사람 전체 보유 주식의 95% 수준이다.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더 적은 돈을 빌리게 됐지만, 이자율은 4.852%~5.267%로 낮아지고 담보유지비율도 설정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중은행이다 보니 반대매매(담보 주식을 강제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코렌텍 주가는 3월 중순 1만1000원에서 5월 8000원대로, 지금은 다시 7000원대로 후퇴했다.

일부 주주는 아직 상환하지 않은 전환사채가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현재 미상환 전환사채(8회·9회차) 잔액은 301억 원이다. 시가 하락에 따라 지난달 초 8회차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액은 8235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코렌텍 주가는 올 들어서만 35% 넘게 내렸고, 시가총액은 1000억 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렌텍은 2019~2020년 상장폐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19년 3월 직전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거래가 정지됐다. 직후 정성이 고문이 전환사채 조기 상환용으로 100억 원을 단기 투입해 자금 흐름에 숨통을 틔웠다. 이듬해 4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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