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꼬집었다… “한국선 해외여행 못가면 ‘개근거지’라 놀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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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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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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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초등학생 사이에서 해외여행을 갈 형편이 안돼 개근하는 아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개근거지’가 해외에서도 조명됐다. 물질주의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경쟁 때문에 자녀 양육비가 ‘압박 비용’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근 거지는 누구인가? 일하고 공부하느라 즐기지 못하는 한국 청년들은 의미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매체는 한국에서 도덕적 의무로 간주됐던 개근이 이제는 돈이 없어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한국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SCMP는 “한국 소셜미디어(SNS)에선 여가시간이 많은 사람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다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 개근은 여행·휴식을 위한 시간·비용을 쓸 여유 없이 오로지 학습과 수입 창출에만 전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23일 국내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A씨 사연을 소개했다. A씨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개근거지라고 놀림을 받아 울었다”며 “학기 중 체험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해외여행)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몰랐다”고 했다.

A씨는 경주·강릉·양양 등 국내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들은 “다른 친구들은 괌·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며 “한국으로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하기 창피하다”고 했다. 외벌이로 월 300만~350만원을 버는 A씨는 결국 한국에 남았고, 아내와 아들만 해외여행을 갔다.

SCMP는 “한국 사회에서 해외여행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여겨진다”며 “개근거지는 한국의 물질주의와 치열한 경쟁으로 주도되는 사회적 압박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학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아동이 성장하는 기간에 개근거지 같은 말을 들으면 평생 그 낙인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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